[조한대 기자의 퇴근 후에] 덕혜옹주, 딸을 그리는 애절한 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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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화아이콘]

"금자둥이 은자둥이 사랑하는 내 딸아. 엄만 여기에 있단다. 이렇게 널 기다린단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가 자신의 딸을 그리며 ‘내 딸 정혜일지 몰라요’를 불렀다. 덕혜와 정혜 1인 2역을 맡은 문혜영의 성량은 부족하지 않았다. 감정은 풍부했다. 그는 커튼콜 때도 감정에 북받쳐 있었다. 그게 관중의 마음을 더 흔들어 놓았다.

뮤지컬 ‘덕혜옹주’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인과 강제 결혼한 실존인물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다뤘다.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뒀을 뿐 덕혜와 그의 남편 다케유키 그리고 정혜, 가족의 비극 그리고 사랑에 집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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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던 결혼이지만 자기가 원하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자 했던 다케유키(윤영석 분). 그러나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덕혜는 딸 정혜가 태어난 이후 조발성 치매가 더욱 심해진다. 어린 정혜는 '조센징'이라는 이유로 상처를 받는다. 가족의 이야기는 점점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진다.

덕혜·정혜로 분한 문혜영의 노래와 연기는 흠 잡을 데 없었다. 나이가 다른 덕혜와 정혜의 목소리를 자연스레 오갔다. 이미 많은 뮤지컬 작품을 거쳐온 윤영석도 가정에 충실하려는 다케유키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다만 공연을 보고 난 후 ‘내 딸 정혜일지 몰라요’를 제외하고 가슴을 두드리는 노래는 떠오르지 않았다. 극 초반에는 덕혜·정혜의 비극적 상황을 모두 보여주려 하다보니 한 인물의 감정에 깊게 빠져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이야기 흐름도 안정돼 갔다. 이 작품은 역사의 비극보다는 가족의 애잔하고 깊은 사랑을 말해주고 있었다. 대학로 SH아트홀에서 28일까지 문의 1666-5795.

강남통신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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