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성금」이란 잡부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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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방 각급 행정기관이 체육이나 각종 문화행사등을 치르면서 소요 경비의 대부분을 예산아닌 시민의 성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현실은 오래전부터 사회적 물의와 비판을 빚어왔다.
더구나 이들 행사가 내실보다 외양에 치우친 나머지 소비와 낭비풍조를 부추긴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형식위주의 행사는 이제 그만자제해야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그만큼 강하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관청이 주도가 되어 구걸식으로 거둬들이는 성금은 국민이 앞장서서 자발적으로 흔쾌히 내는 순수한뜻의 성금과는 거리가 멀다. 말썽이 그토록 많았고 갖가지 부작용을 유발했던 각종 명목의 기부금이나 학교잡부금의 성격을 벗어나지않는다.
국민은 이러한 행사를 잘 치르도록 하기위해 세금을 통해 이미 지불한 셈이며 행정기관은 이러한 행사에 대비, 예산을 절제와 신뢰의기반 위에서 편성해야 할것이다.
행사에 드는 비용이 예산보다 훨씬 초과하는 것이라면 예산편성에 잘못이 있었거나 행사자체가 잘못집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공무원이 지역주민에게 협조형식으로 손을 내밀게 되면 공무창의 체면에 손상이 감은 물론 관의 위신또한 말이 아니다.
회계관리가 명확한 예산집행도 이따금 부정이 발생하는터에 떳떳치못한 방법으로 뒷돈이 오고 갈때와 집행과정에서 분명한 회계가 이루어질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국민이의구심을 품게 된다.
뒤집어 말하면 그런 성금의 쓰임새를 누가 결정하고 누가 감사하는지도 모호하다. 옛말에 『돈낸 사람이 곡목을 주문할 권리가 있다』는기본 툴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성금모금운동이 시작되면 기업체의 장이나 유지들은「출장중」이라는 푯말을 남기고 자리를 피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기업은 날로 격심해지는 국내외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제품개발에서부터 각종 세금과 자금부담까지 거머진진 기업으로서는 허리디를 졸라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터에 갖은 성금요구는 기업의 약체화를 빚게할 우려도 있다.
공무원들의 유·무능의 척도가 행사를 비예산사업으로 요란하게 가치르는 실적으로 평가되는 풍토의 개선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적은 예산으로 규모큰 행사를 잘치렀다고해 기관장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행정사회의 풍토는 불식되어야 한다. 칭찬 대신에 오히려 벌을 주고 인사조치시키는 기강의 확립이 바람직하다.
성금도 미국등지의 「도네이션」제처럼 학교나 운동장 시설이나 도서관등을 지어 지역주민들이 영구히 이용하고 헌납자의 이름을 두고 두고 기억하고 감사하는 기념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내는 사람도 떳떳하고 보람이 있고 사회일반의 인식도 달라지고 지역주민들의 따뜻한 유대감도 생기게 되는것이다.
다 알다시피 우리 외채는 4백억달러가 훨씬 넘고 있다. 검소한 기품이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시기다.
마시고 춤추는듯한 인상을 풍기는 공감없는 「축제」형의 행사는」삼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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