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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헬기 시험 조작 혐의 … 현역 소장 첫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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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해군이 추진한 1조3000억원대 규모의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 9450억원대 차기 잠수함(KSS-Ⅱ) 도입 사업 과정에서 공히 엉터리 시험평가가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3일 최근까지 해군 군수사령관을 지낸 박모(59·해사 35기) 소장을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해 11월 말 합수단 출범 이래 현역 해군 장성이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합수단은 박 소장 윗선이 개입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 소장은 2012년 해군 전력기획참모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최신 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 과정에서 시험 평가서를 조작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합수단은 지난달 말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 무기시험평가과장 임모(51·예비역 해군 대령)씨 등 전·현직 간부 4명을 구속기소했다. 합수단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을 지낸 예비역 소장 김모 씨 등 2명도 구속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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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은 와일드캣 시험 평가 때 육군용 헬기에 모래주머니를 채워 비행하는 등 부실한 평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해군이 요구하는 작전요구성능(ROC)에 미달하는 헬기가 납품됐다고 한다.

 이와 함께 합수단은 해군 재직 시 차기 잠수함인 KSS-Ⅱ의 결함을 눈감아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허위공문서 작성)로 해군 예비역 대령 임모(56)씨를 구속기소하고 공범 이모(48)씨를 불구속기소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임씨는 2007년 1월~2010년 2월까지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 인수평가대장으로 재직했다. 이 기간 현대중공업이 납품한 1800t급 차기 잠수함 3척(손원일함·정지함·안중근함)의 시험평가를 총괄했다. 그는 2007년 2월 해군사관학교 선배인 임모(68·예비역 준장) 전 현대중공업 상무로부터 “시운전 평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주고 결함을 문제 삼지 말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평가를 허술하게 한뒤 상부에도 허위 보고서를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의 비위로 해군은 KSS-Ⅱ가 잠수할 때 필요한 연료전지의 가동장치(모듈)가 갑자기 멈추는 중대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2007~2009년 잠수함 3척을 차례로 넘겨받았다. 총 9458억여원이 투입된 차기 잠수함 사업의 핵심은 연료전지 장비를 도입해 잠수 기간을 최대 2주로 늘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잠수함 건조 후 시운전 평가에서 잠수함 3척 모두 연료전지의 가동장치가 정지하는 결함이 발생했다. 손원일함 16차례, 정지함 43차례, 안중근함은 63차례나 멈췄다.

 조사 결과 임씨는 24시간 연속으로 시험해야할 수중 성능 평가를 5~20시간만 진행했다. 함께 참여한 평가대원들이 “24시간으로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이들 잠수함은 2013년 9월에야 실전에 배치됐다. 합수단은 잠수함 인도 시점부터 실전 배치 직전까지의 지체보상금 5억8435만원을 임씨의 업무상 배임 액수로 산정했다. 임씨는 특히 전역 이틀 만에 현대중공업에 취업했고 현재도 특수선사업부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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