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직격탄 맞은 정유 업계도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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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현대자동차그룹 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수출 부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우리나라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6%가 줄어든 2221억 달러를 기록했다. 5월은 특히 지난해보다 수출액이 두자리수 이상(10.9%)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진 산업은 수출1위 품목인 자동차와 원유 관련(석유·석유화학제품) 기업, 그리고 철강업계다.

 특히 원유 관련 제품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액이 30.7%가 급감했다. 원유 관련 제품을 제외하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0.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

 그만큼 원유 관련 제품군의 부진이 전체 수출에 주는 타격이 컸다. 원유 관련 제품의 경우 수출량은 전년과 비슷했지만, 유가 하락으로 제품가격이 33.2%(석유화학)~42.2%(석유) 떨어지면서 수출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원유 관련 제품은 자동차·전자부품에 이어 세번째로 수출 비중(17.3%)이 크다.

 전체 수출 중 6.2%를 차지하는 철강제품도 공급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과 중국의 자급률 상승이 겹치면서 올들어 8.5%나 수출액이 줄었다. 다만 선박과 반도체, 일반기계 등은 수출액이 각각 0.7~22.7%가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원유 관련 업계는 수출을 늘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정철길(61) 사장은 취임 첫 출장지로 지난달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를 방문했다. 이 회사 경영진을 직접 만나 수출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철강업계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동국제강은 최근 인도와 러시아, 중국 등에서 자사의 컬러강판인 러스틸 제품 설명회를 잇따라 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올 하반기에는 수출액이 전년보다 3~4%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수출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진국·신흥국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인데다 하반기 쯤엔 국제유가 하락효과가 희석돼 원유 관련 제품의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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