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 영역을 넓힌다|학자들 최근 「관계서적」출간등 운동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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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국문학의 영역을 넓히는 작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문학의 정의 또한 새롭게 시도돼야 한다는 논의까지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유종호교수(이화여대)는 국문학의 확장현상을「변두리형식의 주류화」로 풀이하고 있다 (「세계의 문학」가을호). 산문얘기·민담·편지·여행기·수기·회고록같이 변두리에서 구차하게 부지해온 형식이 의젓한 문학형식으로 격상되고 있다는 것.
유교수는 20세기의 우리 문학사를 『오랫동안 한자의 배타적 조직을 통한 시가 주류를 이루던 문학속에 한글에 의존했던 변두리 전통이 주류로 부상한 점』으로 요약했다. 이점에서 한룡운과 김소월의 업적은 상징적이다.
한룡운의 『님의 침묵』은 내간체라는 변두리형식, 즉 문학이라는 존칭은 커녕 학문없는 부녀자의 것이라고 천대받던 편지체를 어엿한 시형식으로 부상시켜 놓은 것이며, 소월은 민요라는 하위형식을 끌어 올려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했다.
유교수는 변두리 전통의 승화가 가장 극적으로 이뤄진 최근의 사래로 김지하씨의 작품을 들었다. 굳이 담시라는 이름으로 그 독자성을 주장하고 나온 그의 장시는 구비적 전승의 형태에 크게 의존하면서 당대 현실을 풍자하고 비판한다. 구연현장에서의 다채로운 가능성을 가득 담고 있는 그의 작품은 시를 사랑방과 교실로부터 앞마당과 광장으로 개방하는 길을 텄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한편 신경림씨는 노동요를 비롯한 민요의 시적 격상에 새로운 열의를 보여주고 있으며 서정주씨는 뜬소문·동네전설·마을의 사건·토막 음담패설·기인소묘·여행기 같은 변두리 형식을 시속에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유교수는 마당극과 같은 가난한 변두리 형식이 부상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원래 소설이 비속하고 경박하며 품위없는 흥미 본위의 얘기라 해서 홀대받다가 근대문학의 주류를 형성한 신분이동을 생각할 때 우리는 르포르타지·회고록·전기·자전·작업 현장기록 같은 논픽션의 풍요한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교수는 변두리 형식의 수용이 바로 민중적 관점의 수용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이는 민중의 사회적 각성과 민중적 취향의 부상에서 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학사적 접근을 시도한 김흥규교수 (고려대) 는 국문학을 기록문학과 구비문학으로 나눴다(『한국문학연구입문』). 기록문학을 국문문학과 한문학으로, 국문문학을 다시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으로 나눠 국문학속에 구비문학과 한문학을 포함시킴으로써 국문학의 영역을 크게 확장했다. 김교수는 특히 구비문학을 국문학의 근원이자 바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조동일 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는 최근 『한국문학통사』를 펴내면서 실제로 종전의 문학테두리를 벗어나 구비문학·한문학까지 망라해 서술함으로써 국문학의 영역을 크게 넓혔다.『한국문학통사』는 현재 2백자원고지 9천장분량의 1∼3권(동학이전까지)이 완간됐고 앞으로 4∼6권이 나올 예정이다.
조교수는 지금까지의 우리국문학이 문학사 전체를 보지 못하고 기존의 좁다란 문학테두리에서 맴돌아 국문문학·한문학·구비문학등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이 전체적 유기적으로 파악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의 국문학사는 거의 국문문학의 문학사로서, 한문학은 배제되진 않았지만 대강 다루는데 그쳤고, 구비문학엔 관심을 갖지 않기 일쑤였다는 것.
조교수는 설화·민요·무가·판소리·탈춤등 한국문학의 기조로 작용해온 구비문학을 받아 들이고 한문학을 재인식함으로써 국문학의 편협한 시야를 넓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조교수는 새로운 국문학사를 쓰면서 발해문학도 새로 포함시켰고 원효·의상의 저서도 불교문학으로 다뤘으며 근세의 천주교문학까지도 두루 취급하는 등 획기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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