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가 말하는 나의 인생 나의 건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노안에 잡힌 주름이 흘러버린 82성상을 헤아리게 한다. 그러나 3평 남짓한 응접실이 쩌렁쩌령 울리는 음성, 노안의 흐트러짐 없는 쏘는듯한 시선은 격동기에 정치일선에서, 또 민족운동가로서 누구보다 격렬한 활동을 해온 안호상박사(82·한성학원이사장·초대문교부장관)의 건강을 한눈으로 짐작할수있게 해준다.
이사장으로 있는 한성대에서 3시간짜리 연속강의를 방금 마치고 돌아왔다며 말문을 연다.
『내가 건강해 보이오. 아직은 자신이 있소. 19살때부터 일본·중국·서독·영국 등을 떠돌아 다니며 공부에 몰두할때 각 나라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위장병을 얻게 됐고, 이병을 고치기위해 나 나름대로의 건강법을 만들고 지켜온 덕이라 생각하오.』
1921년부터 여러 나라로 옮겨가며 유학생 생활을 하느라 공부이외에 뚜렷한 운동은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공부에 쫓기다보니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할 처지는 아니였소.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매일 아침의 산책 버릇은 1925년 중국상해에서 시작된 것이오. 여름철에는 새벽4시, 겨울철에는 5시에 귀부근의 안면을 문지르면서 산책을 시작하는데 아직까지 귀가 밝은것은 이 덕분이오.』뒷걸음질치기·달리기·맨손체조·목움직이기 등을 하면서 아침산책을 마친다. 아침식단이 특이하다.
『밥 반공기에 과일을 갈아 꿀을 탄 즙 한사발, 양주 칵테일 한잔, 그리고 채소반찬이 내식단이오』
양주를 반주로 하는 습관은 60년대 참의원시절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노(64년작고)선생과 교분을 맺으면서 가인의 습관을 따른 것.
『시간이 나면 30∼40분간 낮잠을 꼭 잡니다. 공부할때 들인 버릇으로 오후에 머리를 맑게 해 집중력을 높여주지요』시력약화를 막기위해 독서중 먼곳을 바라보거나 안구감싸기를 해왔다.
『손바닥을 비벼 따뜻하게 한후 안구에 대고 서서히 문지르는 것이오. 66년에 새로 마춘경을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있는 것은 이 습관의 도움인것같소』
화류병 빼고는 안 걸려본 병이 없다고 술회하는 안박사는 자신의 건강비결을 이렇게 종합한다.
『부지런함이라 할수있을 것같소. 시간이 나면 틈틈이 몸을 움직이며 피로를 푸는것이 최선의 운동이오』
육체의 건강은 정신의 건강에 지배된다. 『항상 평온한 마음을 가져야하오. 나의 경우 독서가 취미라 불안하거나 정서적인 동요가 올때는 책을 읽게되오. 나에게 정신건강을 가져다 주는 가장 좋은 약은 책이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