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속의 구조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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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돌이며 나무, 혹은 쇳덩어리 몇개가 모이거나 만나거나 쌓이면 부분과는 전혀 다른 전체로 합쳐져 새로운 생명을 가지게 된다. 한편 한덩어리속에 그 어느 한쪽을 마음대로 떼내어 놓게 된다면 그 나름대로 전혀 예기치 못하던 형상이나 물질성, 혹은 공간성이 그들 살포의 관계속에 새롭게 형성되는 것이다.
이와같이 정적으로 있던 덩어리에서 한쪽이 떨어져 나가있으면 거기에는 이내 동적인 상황이 생겨나는 것이다.
삼차원성(Dreidimen-sional)이라는 제목으로 서울동숭동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리고있는(10월24일∼11월11일)「독일현대조각의 오늘-삼차원성전」은 이와같이 여러 소재를 사용하여 공간속에 드러나는 구조적인 특징을 인간이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가 하는데 초점을 두고 삼차원성의 여러가지 시도를 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참가하고 있는 작가들 대부분이 30, 40대가 주축이 되고 있으며 이미 주요 전람회에의 출품 경력들이 많고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있는 작가의 경우도 적지않다. 한마디로 현재 활발히 작품활동을 하고있는 독일 작가들 중에서 특히 그와같은 구조적인 공간성을 현저히 부각시키고 있는 경향의 작가들이 주로 선발되었다고 할수있다. 단독으로 열린 독일조각전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있는 일이지만 이같은 성격의 현대조각이 한자리에 모인 일도 전에는 일찍 없었다.
미술회관 광장에서 시작되는 작품은 제1실인 아래층에서 중력이 있는 소재감을 중심으로 그와 같은 여러 공간성을 선보이고 제2실인 위층에는 부상하거나 유동적인 성격의 보다 가벼운 공간성을 많이 담고있다. 그러나 한편 자그마한 우상을 연상시키는 형상물이라든가 토템의 수직물, 혹은 나무에 박힌 탄두를 연상시키는 파괴력의 흔적 같은것은 또다른 의식을 우리속에 불러 일으킨다. 고고학 발굴현장을 담은듯한 천을 감은 납덩어리나 문지른 흔적이 겹겹이 보이는 일본종이 같은 재질감의 작품에는 여러 다른 문명을 의식케 하기도한다.
이와같이 구조적 구성공간·움직임·속도·부상과 같은 여러 요소는 20세기초기의 현대 조각이 일단문제 삼았던 것이지만 70년대중반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연과학과 철학과의 연관성속에서 그같은 문제들은 한층 더 새로운 국면을 열고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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