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두고 미·중 정면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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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또 충돌했다. 중국이 인공섬에 무기를 배치한 사실까지 확인돼 미·중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분위기는 험악했다. 포문은 미국이 먼저 열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개막연설에서 “모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며 이를 위해서는 (남중국해에서 이뤄지는) 모든 인공섬 건설이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돼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또 “(중국의 반발에도)해당 지역에 대한 정찰과 초계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중국은 다른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의 점유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 큰 8.1㎢의 인공섬을 18개월 만에 건설했는데, 이는 국제적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남중국해 분쟁에서 군사적 해결은 안 된다"며 "중국과 동남아시아 관련국들이 '남중국해행동강령(COC)'을 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티브 워런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은 더 강했다. 그는 “중국이 조성한 인공섬 중 하나에서 무기를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인공섬의 군사화에 반대하며 무기 배치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까지 했다. 워런 대변인은 무기의 종류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8일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조성한 중국 인공섬 중 한 곳에 이동식 대포 2기가 설치된 사실을 미군 항공정찰을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반발도 강했다. 쑨젠궈(孫建國)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 31일 “남중국해는 안정적이며 항해 자유와 관련된 문제는 전혀 없다.(남중국해 주권은)충분한 역사적, 법적 증거가 있고 우리의 권리 주장에 반박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전날 자오샤오줘(趙小卓) 중국 군사과학원 대교(대령과 준장 사이의 계급)은 “(남중국해에서)항공 촬영을 하고 정찰기를 보내는 것이 이 지역에 유익한 것이냐”고 반문한 뒤 “그동안 남중국해가 안정은 중국의 절제 때문”이라며 역내불안의 원인을 미국으로 돌렸다.

중국 외교부도 인공섬 건설과 관련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방어적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중국의 국제적 책임에 부합하는 일이고 ^(인공섬을 둘러싼)미국의 모든 발언은 도발 행위라며 카터 장관의 주장을 공격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8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8개 인공섬을 건설했거나 건설 중이다. 이에 대해 베트남과 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대만 등이 관련 군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도 회의 개막연설에서 “인공섬 건설 문제뿐 아니라 누군가가 동중국해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어 일본을 포함한 아주 많은 국가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며 중국을 비난했다. 그는 또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으며 분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노자의 '도덕경' 구절을 인용하며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우려를 표시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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