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뉴욕에서-원더풀 비빔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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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한 번은 한국 식당을 찾는데 두 번에 한 번은 비빔밥을 먹지요."

은행원 앨릭스 헤일러(34)는 밥풀 하나 남지 않은 빈 돌솥을 들어보이며 웃었다.

뉴욕 맨해튼 5번가와 36가가 만나는 곳에 자리잡은 한식당 '36 바&바비큐'. 베이징에도 근무한 적이 있고 LA에도 오래 살아 아시아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는 그는 "갈수록 비빕밥의 참맛을 알 것 같다"고 했다. 같이 온 에이미 쉬레이저(36)는 "비빔밥은 나 같은 채식주의자에게 안성맞춤"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다른 테이블의 40대 남자도 "비빔밥은 자신이 요리해 먹는 재미가 있다"고 거들었다. 어떤 야채와 나물을 더 넣고 덜 넣느냐에 따라, 그리고 고추장의 양에 따라 다른 맛이 연출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얘기다. 이런 이들을 위해 이 식당은 비빔밥에 날계란은 물론 불고기나 구운 참치를 얹어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뉴욕에서 불고기와 갈비가 비빔밤에 한국의 대표음식 자리를 내주고 있다. 건강을 생각해 고기를 덜 먹는 추세에다 특이한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뉴요커들의 특성이 어우러져 빚어지는 현상이다.

5번가와 32가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한식당 '한가위'. 뉴욕의 한식당 중 미국 손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리처드 기어.브룩 실즈 등 다녀간 유명 배우들의 사진도 걸려 있다.

"비빔밥은 사실 오늘 처음 먹어보는 건데 정말 색다른 맛이네요."

프리랜서 작가 에이미 바(44)는 "특별한 식당에서 특이한 메뉴를 잘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뜨겁게 달군 돌솥에 음식을 담아 내오는 것을 흥미로워했다.

54가와 렉싱턴가에 자리잡은 '코리아 팰리스'에서는 외국인들이 시켜먹는 비빔밥이 최소한 하루 70그릇은 된다는 게 박정선(47)사장의 말이다.

"직장 동료들이 10명 안팎씩 몰려와 모두 비빔밥을 시켜먹는 경우도 꽤 있어요."

그는 또 점심시간이 따로 없이 일하는 사람이 많아 낮에는 배달주문이 많은데 그중 비빔밥 주문이 제일 많다고 전했다. 한국 식당들은 대부분 손님들이 원하면 직접 비벼주기도 한다. 박 사장은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외국 손님을 위해 간장소스도 준비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도 비빔밥에 관한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지난해 12월 5일 뉴욕 타임스는 불고기.보쌈.순두부 등 한국 음식을 소개하면서 그중에서도 곱돌 비빔밥이 최고라고 칭찬했다.

뉴욕 = 글.사진 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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