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맹군 남하…게릴라 3000명은 사이공 침투…자유 우방들, 월남 시급히 구출해야 할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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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이 1962년 2월 박정희 최고 회의 의장에게 보고한 동남아 정세 보고서.

김종필(JP) 중앙정보부장은 월남을 비롯한 동남아 6개국(일본·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필리핀)을 순방한 뒤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에게 ‘동남아친선사절단 종합보고서’를 보고했다(1962년 2월 23일). 한 권은 2급, 다른 한 권은 3급 비밀문서로 분류됐는데 최근 그의 신당동 자택 창고에서 발견됐다. JP는 공산 월맹군과 전쟁을 벌이고 있던 월남의 긴박한 상황을 진단하고 파병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다음은 월남 관련 보고 내용 요지.

고딘디엠 정부는 집권 이후 농지·세제 등의 경제정책과 징병제의 실시, 문맹퇴치 운동 등으로 많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월남 내부에서 반(反)정부 운동이 심각해져 갔다. 60년 11월 발생한 군사 쿠데타는 미수에 그쳤지만 이들의 지하공작은 미국과 선이 닿았다. 올해 들어선 월맹의 지원을 받는 ‘월남 민족해방전선(베트콩)’이 국내 반정부 세력과 규합해 중립정부를 결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립정부는 월남 적화의 전 단계다. 공산 월맹은 월남을 전복할 목적으로 게릴라 활동뿐 아니라 정예 정규군 2개 사단을 라오스와 접하는 국경선을 통해 남하시키고 있다. 수도 사이공 시내에도 3000여 명의 게릴라 부대가 침투해 월남은 사실상 공산군에 포위된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자유 우방들은 월남을 시급히 구출해야 하며 그 시기가 지금이라고 본다. 월남군지원사령부를 설치하고 군수지원 및 작전지도를 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라도 유엔군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이 같은 결의를 공산 진영에 명백히 표시해야 한다. 한국도 공병기술, 첩보망 운영 등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필요할 때는 연합군의 일원으로서 군대를 파견해야 한다.

정리=전영기·최준호 기자 chun.youngg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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