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비리’ 이규태 회장, 불법복제 혐의 추가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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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프로젝트.’ 1100억원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를 사기 납품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이규태(65·구속기소·사진) 일광공영 회장이 EWTS에 부착된 영상분석 프로그램(TOSS) 불법복제를 위해 비밀리에 추진한 작전의 이름이다. 이 회장은 일광공영 실무진에게서 e메일 보고를 받을 때도 비밀 유지를 위해 암호를 사용하도록 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저작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이 회장과 고모 부장 등 3명을 추가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2012년 4월 EWTS 훈련장비에 장착된 TOSS를 불법 복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싱가포르 IT업체 S사가 개발했다. 일광공영은 당초 공군과 EWTS 납품 계약을 하면서 해당 프로그램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기로 했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슷한 S사의 프로그램을 대신 납품했다. 하지만 S사는 일광공영이 지불하기로 한 계약금 405만 달러(약 48억원)를 전부 지불하지 않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프로그램 가동이 멈추는 ‘타임록(Time lock)’이 걸린 제품을 납품했다. 이에 S사 프로그램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훔치는 ‘X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이 확보한 고 부장과 이 회장 간 e메일에는 ‘X, (금요일), 우천 예상되어 진행 추진, 동해 투어 중 실시, 본사 인력 지원 요청(2명)’ 등 두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D-데이’가 다가오자 고 부장이 강원도 태백에 머무르던 S사 직원들을 삼척으로 불러내 주점에서 접대를 했다고 한다. 그동안 일광공영 직원 2명은 S사 직원들의 숙소에 몰래 침입해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해 왔다. 합수단 관계자는 “S사 직원들의 컴퓨터에 있던 프로그램은 일광공영이 공군에 납품한 프로그램과 버전이 달라 타임록은 해제할 수 없었고, 부실한 EWTS가 그대로 공군에 납품됐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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