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새 판 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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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주춤했던 연체율이 다시 높아지는 등 신용카드 업계의 위기가 계속되면서 업계 판도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이미 경영권이 바뀌는 곳이 나타나고 있고, 아예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카드가 신호탄=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국민카드를 흡수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전 업계 카드사는 9개에서 8개로 줄어든다. 궁극적으로 국민은행 카드부문이 BC카드 회원사에서 탈퇴할 경우 BC카드의 회원수도 2천7백만명에서 2천2백50만명 수준으로 감소한다.

비자코리아 권영욱 상무는 "업계의 첫 구조조정이란 의미가 있다"며 "또 국민카드의 카드채가 은행채로 바뀌면서 단기적으로는 카드채 공급이 줄어 시장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카드사 1~2곳 퇴출되나=하반기엔 시장에서 퇴출되는 카드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고,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1월 감독 규정을 개정해 2분기부터 강화된 적기시정 조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조정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되거나▶1개월 이상 연체율이 10% 이상이고 당기순이익이 적자이거나▶경영실태 평가에서 4등급 이하이면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받게 된다.

금감원은 전 업계 카드사가 그동안 자기자본을 확충해 조정 자기자본비율은 8% 이상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카드사의 경우 '당기순이익 적자와 연체율 10% 이하'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당 카드사들은 "6월말에 대환대출과 대손상각(손실처리)을 대대적으로 하면 연체율을 10% 이하로 끌어내릴 수 있어 적기시정조치를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실련 정책협의회 권영준 의장(경희대 교수)은 "카드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고 자기책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부실카드사는 강도 높게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A 통한 구조조정도 활발할 듯=해외 금융회사나 투자펀드가 국내 카드사를 인수하거나 지분투자를 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은 최근 국내카드사 경영권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은행은 국내 카드사를 인수해 공동경영을 희망하고 있다. 이밖에 론스타.뉴브리지캐피털 등도 카드사 인수 또는 지분 매입 의사를 갖고 물밑 접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 서태종 비은행감독과장은 "어려운 카드사에 해외의 건실한 자본이 투자를 한다면 국내 카드 시장에도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바로잡습니다] 6월 2일자 E2면 '카드업계 새 판 짜나'기사와 관련, 삼성카드는 7~9월 상환자금이 6조5백10억원이 아니라 2조1천8백90억원이라고 밝혀왔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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