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인도 진출 때 농촌 4200만 명에 보건교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바티스가 인도에서 실시한 ‘건강한 가족(Arogya Parivar)’ 프로그램에 따라 교육받은 현지인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주민들을 위해 보건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GBC헬스]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경영철학은 ‘책임 있는 기업시민(Responsible Corporate Citizen)’이다. 실제로 노바티스는 2007년 인도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장 먼저 농촌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건강한 가족(Arogya Parivar)’ 프로그램을 통해 의학상식을 가르쳤다. 현지인들을 ‘보건교육자’라는 이름으로 훈련시키고 이들이 주민들의 건강 카운슬러가 되도록 지원했다. 교육자들은 인도 내 11개 주 3만3000개 마을 4200만 명에게 보건 및 질병 예방교육을 했다. 기업시민으로서 노바티스의 실천은 교육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결핵약·설사치료제·영양제·칼슘보충제 등 일반의약품을 마진을 남기지 않고 공급했다.

 이런 방식으로 노바티스는 인도 진출 3년 만에 흑자로 올라섰다.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노바티스 방식은 2003년 잠비아에 말라리아 처방약을 보급할 때도 여실히 나타났다. 처방약 4000만 개를 보급하면서 병에 일일이 그림으로 복용법을 그려 넣은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문맹률이 높은 현지 사정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2003~2006년 고혈압치료제(디오반) 처방금액 중 일정액을 적립금으로 조성해 중증 심장질환자 30여 명의 수술비를 지원했다. 지난 3월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을 도운 공로로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이 공동 주최한 ‘2015 행복더함 사회공헌 대상’을 받기도 했다.

 노바티스는 자국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도 기업시민 정신을 강조한다. 이는 노바티스 본사가 있는 스위스가 기업시민지수 1위 국가로 선정된 것과 무관치 않다. 특히 상위 7위 안에 든 국가 모두 북유럽과 그 주변 나라들이다. 이들 국가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매년 발표하는 기업윤리지수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기업윤리지수는 기업의 가치를 매출액뿐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성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평가한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미우라 히로키 교수는 “기업윤리지수가 높다는 건 기업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신뢰하고, 기업 역시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전자·의료기업 필립스는 생산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삶의 질과 환경 등을 고려하는 ‘에코비전’ 프로그램을 만들어 4만여 개 협력사가 이를 지키도록 한다. 이 회사의 마르셀 야콥스 이사는 “기업이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삶의 질을 개선할 뿐 아니라 근로자들 생활의 질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통업체 막스앤드스펜서는 판매하는 모든 티셔츠와 양말에 공정무역(제3세계 노동자에게 공정한 임금을 지불한 뒤 교역한 물품) 인증마크가 달린 면을 원료로 사용한다.

 국가 또한 기업시민이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세계 2위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윤리적 성과를 내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2009년에는 아시아 지역 기업들에 투자를 준비하며 4년간 아시아 지역 2300여 개 기업에 대한 윤리 성과를 수집하도록 해 화제가 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북유럽과 인근 국가들은 20세기 중반부터 사회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회복지 정책을 도입했다. 그 과정에서 기업과 사회가 타협을 통해 공존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업시민 문화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모든 주체가 적극적으로 기여할 때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다 보니 이들 지역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수준 높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비외른 헤우그스타 교육부 차관도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노르웨이는 노조와 기업이 친밀한 관계를 갖는다. 노조와 기업 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이는 인력 문제뿐 아니라 사회 문제와 갈등을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윤석만(팀장)·유성운·정종훈·임지수·백민경 기자, 김의영·미우라 히로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교수 s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