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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쏘나타에서 포항제철까지 들어가는 윤활유 그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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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3시 충남 아산의 장암칼스 공장. “웅~”하는 소리와 함께 파이프에서는 황금색 액체가 쏟아져 나온다. 걸쭉한 형태가 마치 매쉬드 포테이토(으깬 감자요리) 같다. 직원들은 익숙하게 액체를 드럼통에 담는다. 현장을 공개한 구연찬(73) 장암칼스 회장은 "LF쏘나타에는 우리 윤활유 70가지가 들어간다”라고 자랑했다.

윤활유 제조업체인 장암칼스에서는 현대차 에쿠스를 비롯해 자동차에 들어가는 특수 윤활유 400여종을 만든다. 하루 20만t의 윤활유가 생산된다. 특수 윤활유 분야 국내 1위 업체로 지난해 연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원래 장암칼스는 윤활유 생산업체가 아니었다. 1980년 장암상사라는 이름의 작은 윤활유 대리점으로 시작했다. 이후 수입 윤활유 유통분야에서 규모를 키워가다가 1990년대부터 윤활유 생산을 시작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화학연구소 등과 협력해 자동차용 그리스 등 윤활유를 만들었다.

기회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찾아왔다. 현대차 등 많은 중화학공업 업체들이 환율 상승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단가를 맞추기 위해 국산 특수 윤활유를 찾기 시작했다. 소위 몇 안 되는 ‘IMF 대박’ 신화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연구개발(R&ampamp;D)에 몰두했다. 명지대 경영학과를 나와 윤활유 제조기술을 잘 알지는 못했지만 자체 기술연구소를 세우고 매년 20억원 이상씩 R&ampamp;D에 투자하면서 전공자 이상의 지식을 갖게됐다.

22일 충남 아산 장암칼스 공장에서 구연찬 회장(오른쪽)이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포스코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파이넥스(FINEX) 공법’(철광석 가루에 예비 처리 없이 유연탄을 사용해 철을 만드는 기술)에도 장암칼스의 윤활유 HXP-240이 들어간다. 초고온을 견뎌내는 컨베이어벨트 내 롤러 베어링에 ‘기름칠’을 하는 역할이다. 구 회장은 “파이넥스용 수입 윤활유 가격이 드럼당 1260만원 하는데 이걸 드럼당 230만원짜리로 국산화했다”고 강조했다. 장암칼스는 그 외에도 GMㆍBMWㆍ크라이슬러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에도 윤활유를 납품하고 있다. 장암칼스는 앞으로 미국ㆍ멕시코ㆍ브라질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된 아프리카 시장도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직원복지에도 남다른 편이다. 직원이 금연에 성공할 경우 금연수당(연 30만원대)을 지급하고, 부모가 된 직원에게도 출산 수당을 준다. 결혼시 행복수당 월 5만원을 지급하며, 둘째·셋째·넷째 자녀를 낳을 경우에는 각각 월 8만·12만·15만원씩 출산 수당이 지급된다.

우수 인력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구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요새 경력직 공채하면 삼성이나 동서식품, CJ 같은 대기업 출신들이 많이 옵니다. 큰 회사에서 경쟁이 심하고 후배들이 상사가 되고 하니 힘든 거죠. 그 덕에 좋은 인재를 얻기는 합니다.” 대기업 사이에서 기술 하나로 버텨내는 강소기업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산=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사진설명=22일 충남 아산 장암칼스 공장에서 구연찬 회장(오른쪽)이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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