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천 돼지고기 편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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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예부터 『돼지 잡아야겠다』 는 말은 잔치를 벌여야겠다는 뜻으로 통한다.
우리의 잔치마당에서 빼놓을수 없는 요리가운데 돼지고기 요리는 이처럼 첫손에 꼽힌다.
돼지고기를 제1로 알고 있는 중국에서는 그만큼 돼지고기 요리가 고급에든다. 옛날에는 신분이 높지않으면 돼지고기 먹기가 힘들었으며, 어느 사이에고기 「육」 자를 돼지고기로만 알게된 곳이 중국이기도 하다.
쇠고기를 선호하는 한국에서 돼지고기는 다분히 서민의 식품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중국에 비해 그 조리법이 크게 발달되지 못했으며 소박한 맛을사서 편육의 인기가 높다.
고기를 물에 삶아 얇게 썰어 겉절이 김치를 걸쳐 먹거나 마늘·풋고추를 섞은 된장또는 양념한 새우젓에 찍어 먹는 맛은 바로 시골토방이나 마당의 맛과 어울리는 것이다.
돼지편육은 물에 삶기만 하면되는 단순한 조리법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그 삶는 과정에서 맛의 비결이 되는 기술을 필요로 한다.
특별히 고기를 연하게 하기위해 삶을 때 술을 조금 탄다든지, 돼지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생강을 잘라 넣거나 식초를 몇방울 떨어뜨리는등의 비법이 곧잘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돼지편육 맛으로 유명해진 식당가운데 이같은 첨가물을 쓰는 예는 드물다.
2대에 걸쳐 30년 넘어 한곳에서 돼지편육과 막국수를 만들어 온 화천의 신흥집 (강원도화천군화천읍아l리)주인 유정순씨(30) 는 돼지편육은 우선 잡은지 몇시간 안되는 싱싱한 고기를 구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돼지고기는 잡은 시간부터 조리하는 시간까지가 길면 길수록 그만큼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돼지의 배부분인 삼겹살이나 오겹살만 쓰는데, 유씨는 막국수 삶은 물에 고기를 넣어 삶는다. 삶을 때 한꺼번에 푹 삶아두면 질기거나 기름기가 많이 남아 맛이 없다.
첫번에는 고기가 반정도만 익도록 설게 삶아 꺼내 식혀 둔다. 주문을 받으면 익혀둔 고기를 얇게 썰어 다시 막국수 물에 넣어 삶는다. 이때도지나치게 삶으면 고기가 질겨지므로 끓는 물속에 잠깐 담가뜨겁게 하는 정도면 알맞다. 돼지고기는 양념한 새우젓과 함께 내놓는다.
신흥집은 화천댐 부근의 낚시터 손님들에 의해 춘천이나 서울에 알려진 집으로 따끈한 편육과 김칫국 육수로 만든 시원한 막국수가 맛의 조화를 이룬다.
돼지편육이 유명한 짐으로는 강원도 양양의 단양식당도 있다. 이곳 역시 고기를 단순히 물에 넣어 삶는데 소박한 맛을 살린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서울에서는 돼지고기를 일단 삶아 식혀 보자기에 싸 눌러 두었다가 식은 그대로 썰어내놓는 경우도 있다.
돼지불고기나 산적·탕수육같은 요리를 제외하면 역시 돼지고기는 소박한 맛을 최대로 살리는데 맛의 비결이 있는것같다.<김징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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