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역주행 차량 피해자 딸 "목격자 찾습니다" 호소글

중앙일보

입력

"17년 동안 택시기사로 일하시던 아빠는 직장을 잃었습니다. 차는 폐차됐고 긴 세월 사고 한 번 없이 모범운전을 지켜왔던 아빠는 자부심도 같이 잃었나 봅니다…."

지난 21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차량 사고 목격자의 신고를 호소하는 글과 함께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사고는 지난 18일 0시37분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 국도 79호선 화천교차로 인근에서 김모(52)씨가 몰던 개인택시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뒤집어진 사고다.

김씨는 택시 영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마주 오는 역주행 차량을 피하려다 사고를 냈다. 역주행 차량은 자취를 감췄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2차선으로 가던 중 1차선으로 오는 역주행 차량을 봤다"며 "그런데 갑자기 역주행 차량이 2차선으로 바꿔 달려와 이를 피하려고 차선을 바꾸다 중앙분리대와 맞은편 돌벽을 차례로 부딪히고 차량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와 사고 현장을 지나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해 검은색 아반떼 차량이 도로를 역주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반떼 차량이 화천교차로에서 국도 79호선 반대 진입로로 들어가는 화면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흐릿한 데다 역주행 차량의 전조등이 밝아 차량 번호를 알기 어려워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자 김씨의 딸(24)이 사고 목격자의 신고를 호소하며 누리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하는 딸의 애끓는 호소문.

"사고가 난 다음날 출근길에도 집에서 자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나왔습니다. 점심 때가 돼서야 소식을 접했습니다. 아빠에게 전화를 하니 크고 우렁차던 목소리는 쉬어 갈라집니다. 딸이 밥을 먹었는지부터 물어보십니다. 말은 입안에서 맴돌 뿐 나오지 않았습니다."

"겨우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한마디 하니까 신경 쓰지 말라 하십니다. '괜찮다, 아빠 튼튼하잖아.' 그 소리에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 정말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 손이 벌벌 떨려 당장 회사에서 뛰쳐나왔습니다. 아빠는 현재 입원 중이십니다. 잠 한숨 못 자는 아빠를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 저희가 중앙분리대와 도로에 입힌 피해도 물게 될지 모른다고 합니다. 가해자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20대인지 30대인지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 사람도 누군가의 자식일 테고, 부모일지도 모릅니다. 그 파렴치한 행동에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혹시 사고를 목격하셨거나 블랙박스 영상을 갖고 계신 분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 꼭 부탁드립니다."

창원=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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