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수상작품|차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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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삐 풀린 눈보라가
휘돌아간 하얀 밤은
어둠에 홀로 갇혀
등불같은 향수를 켠다
그 옛날 두루마기적
조상님을 생각한다.
동구 밖 어느 모퉁이,
끊겨진 종소리 넘어
내려 앉은 텅빈 하늘
접동새가 홀로 울고
바람은 날을 세워서
몸을 떨며 또 울고.
이제는 들려온다
그늘진 숨소리가
가위눌린 왕조넘어
돌가슴에 서린 숨결
백년전 그 숨소리가
번지듯이 스며온다.
세월만 드나들던
지금은 먼 회귀
아릴듯 아릴 듯이
서울복판 지킨 마음
북옥만 바라보면서
깊은 잠에 빠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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