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갤러리」 개관기념|아루누보 유리명품전 지상감상|「에밀·갈레」작 『해바라기무늬 화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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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에밀· 같레」(1846∼1904) 의 화병 형태는 한국의 고려청자나 이조백자와 같은 전통도자기에서 풍겨오는 매우 단아한 형상들로 되어있다.
단정하고 우아하며 정적인 형태에다 각종 식물과 곤충, 그리고 자연풍경을 자유자재로 새겨 넣었는데 그 솜씨가 가히 유리예술의 극치라하겠다.
그중의 하나인 「해바라기 무늬 화병」은 이들 꽃병중에도 우리에게 매우 친근감을 준다.
백제 옹관과 같이 꽃병의 입이 넓고 목이 굵으며 그 선을 따라 자연스레 둥근 몸체를 이루고는 오므라져 깔끔하게 밑처리가 되어있다. 매우 중량감이 있어 보이며 소박하고 믿음직한 형태다.
이 꽃병의 색상은 다갈색이나 주황색이 뒤섞인 가을 색조로 되어 있고 해바라기의 꽃잎 처리는 표현기술이라는 차원을 넘어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 강렬함이 있다.
꽃병 전체에 깔린 꽃잎 또는 이파리의 문양은「고호」의 그림에서 느껴 볼수 있는 생동감이 넘친다.
이꽃병에는 「에밀·졸라」의『아무도 숨쉬지않는 대기가 감도는 새로운 땅』 이라는 시구가 새겨져 있다.
이 화병앞에 서면 유리공예의 천재적 예술성을 보인 「에밀·갈레」의 숨결과 강렬한 생명력을 느끼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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