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위 어떻게 활동했나… 26일간 관련자 55명 면담 고강도 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실을 발표한 10일 한 조사위원은 황 교수팀의 허술한 연구에 대해 이렇게 한탄했다. 그는 "실험노트도 제대로 기록돼 있지 않고 실상을 제대로 아는 연구원도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구실에 공기밖에 없더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황 교수가 여러 가지 얼굴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그는 "'진실을 반드시 밝혀 달라'고 요구하며 매우 협조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매번 황 교수의 말이 바뀌었다. 그래서 다른 연구원을 먼저 조사해 황 교수에게 확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조사위원은 "2005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뒤 최소한 2004년 논문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는 만들었거나 원천기술이 있길 바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조사위는 지난해 12월 15일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26일 동안 거의 매일 새벽까지 조사했고 발표 며칠 전부터는 귀가 시간이 더 늦어졌다고 한다.

조사위는 황 교수를 비롯해 55명을 면담 조사했다. 또 미국 피츠버그대학에 있는 박종혁.박을순 연구원과 e-메일이나 전화로 인터뷰했고 제럴드 섀튼 교수에게서 진술서를 받았다. 50시간 분량의 녹취를 했고 관계 기관이나 관련자에게서 100건의 증거물을 확보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 자료는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2004년 논문 1번 줄기세포의 실체를 찾기 위해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했다. DNA 지문 해석, 핵 이식 체세포 복제와 배아 줄기세포 연구 부분 등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 8명의 조언도 받았다. 이 덕분에 황 교수도 몰랐던 처녀생식을 밝혀내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26일 동안 조사 내용이 언론에 흘러나간 게 얼마 되지 않을 정도로 조사위는 철통 보안을 자랑했다. 10일 발표장에서야 조사위원 명단이 공개됐다. 대학 내 생명공학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임명한 위원들이다. 출범 당시 조사위원은 9명이었으나, 수의대 출신 교수가 중도 하차함에 따라 8명으로 줄었다.

위원장을 맡은 정명희 서울대 의대 교수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대 부총장을 지냈다.

◆ 특별취재팀=황세희 의학전문기자,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신성식.김정수.고정애.심재우.최현철.박성우.박수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