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브랜드는 똑똑한 소비자 잡는 법을 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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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김현수(38·남)씨는 에어컨을 장만하기로 했다. 유명 회사들의 신제품은 200만원을 훌쩍 넘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김 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지난해 나온 제품 중에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2~3가지 제품의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개별 후기를 찾아 꼼꼼히 읽어보니 A제품은 이동식이라 간편한 대신 바람이 약하고, B제품은 다양한 기능이 있지만 큰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C제품의 ‘가성비(가격대비성능)’이 가장 낫다고 판단했다. 이번엔 가격. 김 씨가 가진 신용카드로 추가 할인을 받거나 포인트를 쓸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 우선 타깃이다. 쇼핑몰마다 적게는 5만원 많게는 20만원까지 가격 차이가 났다. 결제는 아직이다. 내일 출근해 가전제품 전문가인 회사 동료에게 마지막으로 조언을 받아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불황으로 지갑은 얇아졌지만 손 안에 인터넷(스마트폰)을 쥔 소비자들은 정보면에선 ‘막강’해졌다. 김 씨처럼 비교해보고 따져보고 실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정보를 얻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이들 ‘스마트슈머(Smartsumer)’에게 어필할 수 있는 더 착하고, 더 똑똑한 상품·서비스를 내 놓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 김종립)은 스마트슈머가 선호하는 브랜드인 ‘2015 스마트 브랜드’를 21일 발표했다. 이기동 KMAC 진단평가본부 팀장은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똑똑한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려면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개별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소비자 만족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Omni-Channel)을 활용해 상품과 브랜드의 가치를 더 빠르고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KMAC가 꼽은 올해 소비자·브랜드의 세 가지 특징.

 ◆가격&품질 기반의 똑똑한 소비=요즘 소비자들은 ‘완전 정보 시대’라는 소비환경을 100% 활용해 상품이 지닌 절대가치와 자신이 실제 누릴 수 있는 가치를 비교할 줄 안다.

 상품마다 ‘실용소비·가치지향’을 마케팅의 핵심 콘셉트로 적용한 브랜드가 소비자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으로 소비 확산을 도모한 이마트(대형할인점), 학년별 교육과정에 따른 학부모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주니어플라톤(독서토론학습), 소비자별로 최적의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드나인(Code9)’의 신한카드(신용카드), 교육과 놀이의 접목을 통해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신기한 한글나라(유아교육서비스)가 두드러졌다.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하라=올해 스마트 브랜드 조사결과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와 니즈, 지불 능력을 정확히 분석해 타깃 소비자의 구매 이용과 브랜드 로열티를 키운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 모든 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철저히 분석해야 가능한 일들이다. 하림(냉장·냉동육)은 건강과 웰빙 트렌드 속에서 운동과 다이어트 요구가 강한 소비자와 가족건강에 관심이 많은 주부 소비자를 구분해 각각 다른 가치를 제공했다. 은퇴 뒤 미래 설계 필요성을 가진 소비층을 공략해 신한미래설계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한 신한은행(은행), 연령에 따른 증상에 주목해 제품을 다양화한 아로나민(종합영양제)이 눈에 띄었다.

 ◆가치를 전달하는 똑똑한 방법, 옴니채널=무수히 쏟아지는 상품들. 소비자에게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도 중요해졌다. 더 다양한 채널로 더 편리하고 더 빠른 소비경험을 제공해 경쟁상품을 제치고 선택을 받는 시대다.

 롯데백화점(백화점)의 스마트 쿠폰 앱, 하이마트(전자전문점)의 스마트 픽 서비스, 주문결제용 스마트폰 앱을 통한 스타벅스(커피전문점)의 사이렌 오더, 24시간 매장 운영과 함께 모바일 주문결제용 앱으로 20~30대 중반 소비자의 이용편의를 높인 맥도널드(패스트푸드점)가 두드러졌다.

 올해 ‘스마트 브랜드 인덱스(SBI)’점수는 73점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SBI는 소비자가 고려하는 가치와 품질 우수성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한 점수다. 소비패턴에 따라 8개 카테고리의 총 100개 산업군을 조사했다. 조사방식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소비활동을 하는 서울 및 6대 광역시 거주 만15세 이상 만60세 미만의 남녀 1만1000명을 대상으로 1대1 개별면접으로 진행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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