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가 말하는 나의 인생 나의 건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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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흔히들 세상을 고해라고들 말하지만 나는 이 세상을 낙해라고 봅니다』 국사학의 태두인 태계 이병만박사(88·학술원 원로회원·민족문화추진회 이사장)가 주위사람들에게 곧잘 들려주는 인생관이자 건강철학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져야할 여러 마음가짐 가운데 여유를 갖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을 잇는 그는 조바심 많고 걱정많은 사람은 건강도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이다.
『몸이 약해 병이라도 들면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못할 짓이지요. 그래서 건강에관심을 갖게되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장수를 누리게 되는것이아니겠느냐』고 나름으로의 장수론을 편다.
태계가 건강에 관심을 갖기시작한것은 20대후반 늑막염으로 고생하면서 부터. 중앙고보에서 교편을 잡고있던 당시 젊음만 믿고 여러햇동안 몸을 혹사한탓에 건강을 해쳤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있는 새벽산책과 냉수(또는 온수)마찰도 그때부터 시작한 것이란다.
그의 하루 일과는 매우 규칙적이다. 새벽5시반쯤에 일어나면 곧장 정원으로 나와 5백보정도를 거닌다. 전에는 자택 아래쪽에 있는 구 서울대문리대까지 산책을 했으나 요즘은 정원에서 다리를 푸는 정도로 그친다.
그후 의자에 걸터앉아 5분정도 심호흡을 한후 타올을 물에 적셔 전신을 문지른다.그래서 그는 따로 목욕을 하지않는다.
이같은 생활을 60년가까이 해온 탓에 그의 피부는 나이답잖게 윤기가 흐르고 강해 보인다. 그 나이에 흔히 호소하기쉬운 신경통을 비롯한 잔병이들어설 틈이 없다는것이다.
식사는 하루 세끼를 정해진시간에 조금씩만 든다. 아침은빵, 점심은 국수, 저녁에는 주로 밥으로하며 식사후에는 꼭과일을 몇쪽 든다.
담배는 몇년전에 완전히 끊었는데 그대신 사탕같은 단것을 좋아하게됐다.
이틀에 한번씩 민족문화추진회에 나가 일을 보는것과 한달에 한두번 동갑인 일석(이희승) 일산(김두종)등 친구들과 시내에서 점심을 들며 세상 얘기를 나누는것도 큰 락의 하나가 되고있다.
태계는 마음의 건강도 육체의 건강못지 않다며 진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곧 마음의 건강을 도모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남이 찾지못한 진리를 발견하는 재미란 마치 산고개를 넘는 기분으로 이러한 락이 거듭 쌓이면 그것이 바로 낙해가 된다는 것이다.
태계가 실천하고있는 또하나의 좌우명은 석복. 분수에 맞는 검소한 생활로 주어진 복을 아끼라는 뜻이다. 무절제한생활, 곧 남복은 건강에도 최대의 적이된다는 점을 잊지말라는것이 노학자의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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