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실물도 없이 시험평가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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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최신형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실물도 없는 상태에서 허위로 시험평가를 해 통과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최신형 해상작전헬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구매시험평가결과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로 예비역 해군 대령 임모(51)씨와 중령 황모(43)씨, 현역 대령 신모(4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임씨 등은 2012년8월~11월 당시 국외시험평가팀에 근무하면서 해상작전헬기 구매시험평가를 담당했다. 임씨 등은 이 과정에서 평가 당시 실물로 존재하지도 않았던 와일드캣을 허위로 평가해 보고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와일드캣은 영국과 이탈리아 합작의 A사 제품이다.

해상작전헬기는 해외에서 운용 중인 기종을 구매하기로 한 것이고 복합무기체계여서 실물평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합수단 조사 결과 임씨 등은 유사한 육군용 헬기에 모래주머니를 채워 시험비행을 하거나 전혀 다른 기종의 헬기 시뮬레이터로 평가를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실물평가를 전혀 실시하지 않고 "실물평가를 하였고 군의 요구 성능을 충족한다"는 허위의 시험평가결과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경쟁업체였던 미국산 '시호크(MH-60R)'를 제치고 해상작전헬기 사업기종으로 선정됐다. 총 20대를 2차례에 나눠 들여올 사업비만 1조 3036억원에 달한다.

당시 A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와일드캣의 체공시간·어뢰장착은 군의 요구성능(ROC·required operational characteristics)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A사는 최대 체공시간 등 추가자료 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상작전헬기 사업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잠수전 작전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해군은 임씨 등의 보고에 따라 기존 링스(Lynx)헬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장비로 와일드캣을 선정한 것이다.

합수단 조사에서 임씨 등은 "상부 지시로 허위 시험평가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당시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이던 예비역 해군소장 김모(59)씨 등 3명도 구속해 관련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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