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리뷰] '임동민의 쇼팽' 명쾌한 선율, 따뜻한 울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키(175㎝)도 몸무게(51㎏)도 같은 둘이 무술도사 스타일의 검정 연주복을 함께 입고 나왔다. 멀리서 보면 얼굴을 쉽게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이 건반의 화폭에 펼쳐놓은 쇼팽은 미세한 붓놀림에서부터 전체적인 색감까지 전혀 달랐다. 출생 순서와 혈액형으로 인한 성격 차이 때문일까.

피아니스트 임동민(26.O형.사진).임동혁(22.B형) 형제는 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쇼팽 협주곡 제1번과 제2번을 차례로 들려줬다. 공연은 2005 쇼팽 콩쿠르 공동 3위 입상의 쾌거를 거둔 결선 연주의 감동을 재현해내기에 충분했다.

피아니스트 임동민은 그간 동생의 그늘에 가려졌던 자신의 존재를 뚜렷히 각인시켰다. 더 이상 '임동혁의 형'이 아니었다. 견실하고 탄탄한 음악세계를 구축한 거장의 면모까지 비쳤다. 피아노를 그냥 잘 치는게 아니라 음악을 잘 만들어냈다. 눈부신 기교로 청중을 압도하겠다고 욕심부리지 않고 시종 음표 하나도 소홀하지 않는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연주에 임했다. 명쾌하면서도 따뜻한 울림, 내밀한 호흡으로 빚어낸 선율은 오랜 감동의 여운으로 남았다. 쇼팽의 'op. 48-1 c단조'을 앙코르곡으로 들으면서 독주회에서 그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향 대신 '서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지휘 이대욱)가 무대에 섰다. 이튿날 서울시향 신년음악회 일정 때문에 시향 단원이 일부 포함되긴 했지만 대부분이 객원 단원이었다. 악기군 간의 불균형에다 성의 없는 연주로 아쉬움을 남겼다. 빠른 템포로 밀어붙이는 임동혁의 거침없는 독주를 떠받치기엔 역부족이었다. 임동혁은 8일 대전, 11일 대구, 12일 울산, 15일 서울, 17일 창원서 쇼팽.슈베르트.발라키레프로 순회 독주회를 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 바로잡습니다

1월 7일자 19면 공연리뷰 '명쾌한 선율, 따뜻한 울림' 기사 중 피아니스트 임동민씨의 앙코르곡은 쇼팽의 녹턴 'op. 49-1'이 아니라 'op. 48-1 c단조'가 맞기에 바로잡습니다. 쇼팽의 Op. 49-1은 녹턴이 아니라 '환상곡 f단조'입니다. 또 피아니스트 임동혁씨의 전국 순회 독주회 일정 중 17일 창원 공연은 취소되었습니다. 지적해 주신 한메일 ID '만리'님께 감사드립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