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등학생도 ‘전자담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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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흡연 감소세 속에서 지난 4년 사이 사용 3배 늘어…마케팅 영향인 듯

다년간 의료계에서 흡연의 해악을 역설하고 정부가 금연 캠페인을 전개한 영향일까, 미국 십대 청소년의 흡연율이 바닥권에 근접하는 듯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생의 흡연이 지난 4년 사이 꾸준한 감소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같은 기간 동안 그들의 전자담배 흡연은 3배로 늘었다는 점이다. 그 숫자가 25만5000명에서 2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요즘 고등학생의 13.4%가 전자담배를 피워봤다는 의미다(중학생의 전자담배 사용 증가율은 더 가파르다). 십대 청소년 사이에서 물담배의 인기도 “두드러진 증가”를 보였다고 CDC의 톰 프리든 소장이 말했다. “여러 가지 담배 제품을 대상으로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해야 한다.”

이 같은 흡연취향 변화는 전자담배 업체들의 공세적인 마케팅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그중에는 기존 담배 판매업체 산하 조직이 많다. 프리든 소장은 이 같은 노력을 “전통 광고업계와 전자담배의 만남”이라고 표현한다. 담배업체들의 담배 마케팅 방식과 마찬가지로 광고주들이 섹스와 스타일을 이용해 전자담배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변화가 공중보건에 유익할까? 전자담배 흡연이 급증하고 기존 담배 흡연이 감소하지만 양자 간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프리든 소장은 말한다. 다시 말해 청소년이 기존 담배를 끊기 위해 전자담배를 피운다고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되는지 또는 나쁜 습관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지에 관해선 아직 확실한 데이터가 없다. 예를 들어 지난해 미국의학협회(JAMA) 내과학 저널에 실린 조사에선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학술지 ‘중독’과 ‘니코틴&담배’에 발표된 다른 연구는 전자담배 사용의 형태와 빈도에 따라 어떤 경우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도움이 되든 안 되든 아무리 전자담배의 시대가 도래했다 하더라도 청소년 흡연의 절정기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1976년 미국 전체 고등학교 3학년생 중 흡연자 비율이 39%에 달했다. 요즘 전자담배 흡연자 수의 2배를 넘는다.

글=루시 웨스트콧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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