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장관과 국무장관 사드 놓고 한달새 엇갈린 언급,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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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8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케리 장관은 이날 방한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서울 용산 주한 미군기지를 찾아 "우리는 어떠한 우발적인 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를 비롯해 다른 것들에 대해 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10일 방한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현재 세계 누구와도 아직 사드 배치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드를) 어디에 배치할지, 그리고 배치할 곳이 (어느 곳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배치 시기도 그 생산이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달사이 미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이 사드 문제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이에 따라 케리 장관이 사드 배치를 언급한 배경이 주목된다. 일각에선 한국내 일부 여론과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엇갈린 언급을 함으로써 시각을 분산시키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건, 한동안 잠잠했던 국내 여론을 움직여 한국 정부가 사드 구매를 요구토록 하려는 분위기 띄우기 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은 우리 예산으로라도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는 의제도 아니었고 논의도 되지 않았다"며 "현재 논의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나 한국이나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하고 "사드와 관련해 미국측으로부터 어떠한 요구나 제안을 받은적이 없다"며 "북한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으니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차원의 일반론적인 얘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이에 앞서 외교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선 사드와 관련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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