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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스페인의 최대신문 엘 파이스가 최근 『푸볼의 수인』이란 괴상한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초현실주의의 세기적 화가인 「살바도르·달리」가 납치상태에서 푸볼에 유폐돼 있다는 주장을 쓴 것이다.
그 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가 불이 나고 이틀이 지난뒤에야 병원에 옮겨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작품이 의문스런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점.
「달리」는 스페인 동북부의 푸볼에 있는 외딴 고성에서 2년반동안 은둔생활을 하던중 지난 8월말 화재를 만났다.
47년간 고락을 함께 해온 아내「가군라」여사가 82년6월 세상을 떠난 후 그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성으로 옮겨 바깥 세상과 완전 단절된 채 생활하고 있었다. 「달리 트로이카」의 한사람인 프랑스 미술사가 「로베르·데샤르네」와 대리면담을 한 UPI기자는 지난 1월『「달리」는 철저한 고독속에서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썼다.
파킨슨씨병과 동맥경화증으로 고생한 「달리」는 48kg의 수척한 몸이라는 소식이었다.
그의 측근은 80세의 「달리」가 죽음에 대해 집착한 나머지 죽음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이 꼬부라져 올라간 우스꽝스런 콧수염과 기이한 행동을 즐겼던 화가가 혼신의 정열을 다해 사랑했던 아내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이처럼 절망적인 생활을 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초현실주의운동의 선구자로서 그의 환상적 작품세계를 논리 정연한 화논으로 변호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그의 마지막 행동은 너무 초라하다는 실망도 있다.
9년전 그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그게 상업적 쇼맨십인가』를 따져 묻는 기자에게 『내가 돈을 사랑하는 건 사실이지만 내 괴벽은 6살부터다. 사람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 아니다. 내 성격구조상의 편집벽과 광란상태를 주관적이고 폭발적인 두뇌작업으로 재구성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었다.
독재자 「프랑코」를 옹호해 전세계 자유주의 지성들의 비난을 샀을 때도 그는 태연히『나는 군주제의 신봉자다. 왕과 신을 연결하는 형이상학적 관념이 마음에 들어서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는 스페인에 대한 스페인인의 자존심과 애국심 때문이다』고 강변했다.
작년에 대대적인 회고전을 가졌던 이 「20세기의 괴짜」화가가 과연 자의의 수인인지, 타의의 수인인지 역시 세인의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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