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침수 여기가 문제다. 상습지역 긴급점검<2> 망원동 주변지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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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망원동 지역은 한강 하상을 기준할 때 높이가 10∼12m밖에 안돼 한강 물이 그 이상 넘칠 경우 침수될 수밖에 없는 저지대. 그래서 72년 홍수 때 이 지역이 물에 완전히 잠긴 뒤 이를 막기 위해 망원 유수지를 만들었다. 그랬다가 79년 성산대교인터체인지 공사를 하면서 가로 2·4m, 세로2·4m짜리 시멘트배수관을 묻고 유수지 배수 문을 안쪽으로 옮겼었다.
그러나 옮겨만들 때 유수지의 설계가 근본적으로 잘못돼 이번과 같은 폭우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문제점>
유수지의 배수관은 자연배수로와 배수장의 배수펌프를 이용, 물을 빼내는 토출관을 각각 따로 설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망원 유수지는 토출관이 자연배수로중간에 이어져있는 등 설계가 잘못돼 토출관을 통해 빠져야하는 물이 오히려 한강물과 함께 자연배수관을 통해 역류, 수문 박스에 압력을 가중시켰다.
시 관계자는 이 때문에 지난3일하오 배수펌프를 가동해 유수지의 물을 퍼내려 했을 때 유수지에서 빼낸 물이 한강물과 함께 다시 밀려들어 와 펌프의 가동을 중지시켜야했다고 밝혔다.
또 자연배수로의 수문 위치도 제방을 경계로 한강 쪽에 설치해야 하는데 유수지 쪽에 붙어있어 길이 1백20 m의 자연배수로가 하나의 강한 압력관 구실을 해 수문에 대한 수압을 ,가증 시킨 것으로. 지적됐다.
수문을 하천 쪽에 둘 경우에는 수직으로 내려오는 물의 압력만을 받지만 유수지 쪽에 둘 경우 배수관의 하천 쪽 입구에서 수문까지의 길이만큼 더 강력한 압력을 받게된다. 이는 주사기 원리와 같다.
유수지의 수문을 안쪽으로 옮긴 것은 유수지의 기능보다 관리인이 강변도로를 횡단해 수문을 열고 닫아야하는 불편과 미관상 좋지 않다는 생각만 했기 때문.

<대책>
전문가들은 이번 유수지 수문 붕괴사고에서 나타났듯 수문에 대한 압력을 줄이기 위해 제방 넘어 한강 쪽으로 수문을 옮기고 관리인의 통행로를 강변도로 밑으로 별도로 만들어 수문을 열고 닫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자연배수관을 통해 물을 빼게 돼있는 배수펌프장의 토출관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는 것.
배수펌프장의 펌프도 현재의 5대에서 10대 이상으로 늘려야 할 것으로 보고있다.
유수지자체도 개선해야 할 점의 하나. 현재 망원 유수지의 바닥은 흙으로 돼있고 자연배수로를 통해 물이 빠져나가도록 하고있으나 생활하수가 연못처럼 괴어있다.
이 때문에 항상 냄새가나고 여름에는 모기 등 각종병원체의 온상이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유수지의 바닥을 콘크리트로 개조하고 유수지를 복개하는 방법도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토목공학과 안수한 교수의말=유수지 수문이 유수지 안쪽에 설치되면 수문이 강한 압력을 받게되므로 유수지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한다.
또 유수지의 자연배수관과 배수펌프장의 토출관을 각각설치하고 펌프의 용량도 늘려야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유수지의 면적을 불필요하게 넓게 하는 것도 비경제적이다.
유수지의 면적을 작게 하고 대신 유수지에 들어오는 물이 항상 바로 빠질 수 있도록 펌프의 용량이나 유수지의 구조를 개선해야한다.

<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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