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찰, 이완구·홍준표 내주 기소 … 출구전략이냐 수사확대냐 갈림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홍준표 경남지사에 이어 이완구 전 국무총리까지 소환조사를 이어갔던 검찰이 앞으로의 수사 방향을 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홍 지사나 이 전 총리와 달리 ‘성완종 리스트’의 나머지 6인은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된 정황이 질과 양, 두 측면에서 모두 확연히 적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고심이 수사 확대와 출구전략 중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15일 소환 조사를 마친 이 전 총리에 대한 조사 내용을 정리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한 보강조사를 진행했다. 이 전 총리가 금품 수수 등 관련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지만 수사팀은 하이패스 기록 등 객관적 증거들을 토대로 금품이 오갔다는 성 전 회장 측 관련자들의 진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수사팀은 다음 주께 조사한 홍 지사와 함께 이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수사팀은 다음 수사대상을 누구로 할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첫 수사 대상이었던 홍 지사나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의 메모·인터뷰 녹취록과 측근들 진술로 금품 제공시기나 장소에 관해 윤곽을 잡을 수 있었지만 나머지 6명은 드러난 게 거의 없는 상태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시점(2012년 대선 전)과 액수(2억원) 뿐이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의 경우 시기ㆍ장소조치 특정되지 않았다.

2006년과 2007년 각각 10만달러, 7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기춘ㆍ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 수사 초기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성 전 회장의 ‘비밀장부’는 한달째 수사팀이 뒤졌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그나마 할 수 있는건 계좌추적으로 확보한 단서들을 바탕으로 금품이 오고 간 일시ㆍ장소의 범위를 좁혀나가는 것인데 그마저도 너무 범위가 포괄적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관련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와 본인 서면조사 등을 병행하며 다른 방향을 모색할 수밖 없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달 넘게 수사를 진행해오면서 확보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기까지 오기도 쉽지 않았지만 관련자 진술 확보의 정도가 천차만별이어서 앞으로가 더 어렵다”며 “하지만 차근차근 쉼 없이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또 성 전 회장 메모에 나온 당사자들 외에 별건으로 제기된 주변 의혹들에 대해서도 폭넓게 들여다 볼 계획이다. 성 전 회장이 2005년 5월과 2007년 12월 연이어 특별사면을 받은 과정에 대한 조사가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2012년 대선자금 관련 수사도 어느 정도나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홍준표 지사의 측근인 박모(57)씨가 이날 일부 언론을 통해 “성 전 회장이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 돈가방을 만들어 여야 실세 3명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부분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박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는 "(해당 자금이)누구한테 갔는지 모른다"고 해명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자칫하면 대선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검찰로서도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 템포를 늦춘 다음 여론 추이를 살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민제·이유정 기자 letm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