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의 랜드마크72 매각 … 반기문 동생 기상씨 관여 의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경남기업의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매각을 놓고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 반기상(69) 전 경남기업 고문이 매각 추진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반 전 고문은 매각 논란의 핵심인물인 반주현(37·미국명 데니스 반)씨의 아버지로 2008년부터 지난 3월까지 경남기업 상임고문을 지냈다.

 반 전 고문의 관여 의혹이 제기된 건 빌딩 매각 추진 과정에서 경남기업 실무자와 반주현씨가 주고받은 e메일을 통해서다. 주현씨는 2013년 9월 25일 경남기업 실무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카타르 국왕과 유엔 사무총장님께서 유엔에서 공식적인 만남(official meeting)이 있었고 제가 알기론 반 고문님 부탁으로 경남기업 랜드마크72에 대해 언급하셨다”고 적었다. 아버지인 반 전 고문이 빌딩 매각 협상에 도움을 줬다는 듯한 내용을 경남기업 측에 알린 것이다. 주현씨는 다른 e메일에서도 “반기상 고문님께 연락받았습니다. 요청하신 공문 및 현재 진행 상황 정리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남기업의 전직 고위 임원은 “반 전 고문은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랜드마크72 매각을 반주현씨가 주관하게 되면서 매각에 있어서는 경남기업 쪽의 실질적인 PM(Project Manager·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 전 고문이 성완종 전 회장이 참여한 임원 회의에서 ‘반기문 총장이 카타르 국왕에게 잘 부탁한다는 언급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 전 고문은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년 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지만 국가 원수급 인사들이 만나 그런 말(빌딩 매각 관련 언급)을 한다는 게 상식적인 일이 아니지 않느냐. 매각주간사인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을 소개한 사실은 있고 고문으로서 (매각 진행 상황을) 전반적으로 알고도 있었지만 일일이 보고받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빌딩 ‘매입 의향’ 공문서 위조 논란과 관련해 카타르 투자청이 주현씨에게 항의 e메일을 보낸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카타르 투자청 관계자는 지난 10일 주현씨에게 “우리는 이전 메일에서 계약을 거절했고 논의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명확한 설명을 해 달라”고 e메일을 보냈다. 카타르 투자청이 빌딩 매각 논의를 중단했고 주현씨가 소속된 영국계 부동산 투자자문사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에 담당 업무를 맡기지 않았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그러자 주현씨도 자신이 카타르 투자청을 대신해 빌딩 매각 거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보냈다. 주현씨는 “우리는 확실히 카타르 투자청을 대변하고 있지 않고 카타르 투자청 이름으로 어떤 문서도 발행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주현씨는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카타르 투자청과의 거래가 끝난 건 맞지만 문서는 위조한 적이 없다. 만약 문서가 위조됐다면 카타르 투자청과 나 사이에 개입돼 있는 로비스트가 위조한 것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반기상 아들 주현씨 e메일에서
반 총장 - 카타르 국왕 만남 거론
기상씨 “매각주간사 소개만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