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53사단 스승의날 모교 방문 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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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낮 12시 부산시 남구 문현동 부산경영고등학교 1학년 1반 교실. 국어 수업이 한창이던 교실 TV 화면에 군복을 말끔히 차려 입은 군인이 등장했다. 군인은 "선생님 저 정연태입니다. 고민이 많던 학창 시절 항상 옆에서 챙겨주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수업 중이던 안선희(53) 교사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영상이 끝나자 교실 앞문이 열리고 53사단 헌병대 소속 정연태(24) 일병이 들어섰다. 정일병은 "충성! 선생님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외치며 정성스레 준비한 카네이션을 안씨에게 전달했다. 스승과 제자는 서로를 껴안았다. 안씨는 "30년 교직 생활을 하며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육군 53사단 장교와 사병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14일 깜짝 모교 방문 행사를 진행했다. 이등병부터 영관급 장교까지 총 59명의 장병들은 부산·울산·양산에 있는 자신의 모교를 찾아 직접 만든 영상편지를 상영하고 카네이션을 스승의 가슴에 달아 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행사는 선생님 모르게 진행됐다. 53사단은 사전에 각 학교에 협조를 구하고 영상편지가 담긴 CD를 전달했다. 이어 스승의 날 관련 영화를 상영한다며 교실 내 TV를 모두 켜놓게 했고, 수업하는 모습을 촬영해야 한다며 취재진이 교실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혹시나 미리 알려질 것을 우려해 장병들은 카네이션을 들고 빈 교실에 숨었다. 안씨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방문이라 더욱 기뻤다"고 말했다.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 선생님에게는 장병들이 교무실로 찾아가 영상편지와 카네이션을 전달했다.

25년 만에 부산 가야고등학교를 방문한 송승종(44) 정보참모 중령은 "그동안 강원도와 경기도 등에서 근무를 하느라 선생님을 찾아뵐 기회가 없어 죄송했는데 이제야 마음의 짐을 덜었다"며 "학교에 부임해 첫 담임으로 우리 반을 맡으셨던 때처럼 열정적인 모습의 선생님을 만나니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손종원(42) 정훈공보참모 중령은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행사를 진행했다"며 "선생님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사명감과 자긍심을, 병사와 학생들은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키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
정연태 일병이 14일 모교를 방문해 선생님을 만나고 있다. [사진 53사단]

부산=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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