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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5만원권 3000만원 마련, 이완구 사무실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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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완구 전 총리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4월 4일 이완구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실을 방문했을 당시 수행비서 금모(34)씨, 운전기사 여모(41)씨 외에 성 전 회장의 보좌관 출신 과장급 비서 임모(39)씨도 동행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임씨는 성 전 회장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10여 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측근이다. 검찰은 임씨가 성 전 회장의 지시로 이 전 총리에게 건넬 현금 3000만원을 5만원권으로 준비해 포장하는 등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14일 소환되는 이 전 총리를 상대로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2013년 4·24)를 20일 앞둔 상황에서의 3000만원 수수 혐의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이나 이 전 총리나 배수진을 치고 맞설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2013년 4월 4일 행적 ▶금품 수수 여부 ▶회유 의혹 등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중요한 건 돈이 전달됐다는 시점이다. 성 전 회장은 지난달 9일 숨지기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궐선거 때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가서 내가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이 양반한테 한 3000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밝히지 않았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 측근인 임씨를 6일과 9일, 금씨와 여씨를 9~11일 소환조사한 결과 “2013년 4월 4일 오후 4~4시30분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두 사람이 독대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였던 윤모(44)씨로부터도 같은 내용의 진술을 받았다.

 하이패스 기록과 통화 내역 등을 토대로 두 사람이 선거사무소(충남 부여읍 구교리)에 도착한 시간이 유사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반면 이 전 총리 측은 그간 “청양 선거사무소에 들렀다 가느라 성 전 회장을 만나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수사팀은 이 전 총리를 상대로 독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3000만원 전달 과정도 핵심 포인트다.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과의 독대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할 경우 입증이 쉽지 않다. 성 전 회장이 사망해 이 전 총리와의 대질도 불가능하다. 수사팀은 “서울에서 미리 현금 3000만원을 준비해갔다”는 임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 전 총리를 압박할 계획이다. 임씨는 성 전 회장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충남자율방범연합회에 1000만원을 기부할 당시 경남기업 비서팀장으로 일하며 기부금 지원 결정에 관여했다. 성 전 회장은 이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앞서 수행비서 금씨는 “성 전 회장이 차에 있는 쇼핑백을 가져오라고 전화로 지시해 독대 자리에 가져다줬지만 돈이 들었는지 여부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 전 총리 측이 당시 캠프 인사 등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김민수 전 비서관은 전 운전기사 윤씨 등 당시 선거사무소에 있던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4월 4일 성 전 회장을 본 적 없지 않느냐”며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팀은 이 전 총리를 상대로 회유를 지시했거나 묵인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김백기·박민제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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