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가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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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가는 길' - 허형만(1945~ )

이제부터는 그냥

웃기만 하기로 했다

실성했다 해도

허파에 바람 들었다 해도

이제부터는 그냥

웃기만 하기로 했다

내가 가는 길

훤히 트이어 잘 보이므로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갈아타는 버스에서, 사무실 책상에서, 시장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웃음은 어디로 갔나? 꽃을 보아도 얼굴에 볼우물이 생기지 않는다. 멀리 근심이 있기 때문이다. 겸손하게 그냥 오늘은 마음 없이 웃어보자. 이제 우리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자. 웃음도 외진 곳에서 홀로 있느라 그동안 외로웠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선물하는 사람이야말로 스스로 웃는 사람이다. 스스로 웃는 사람이야말로 사람꽃이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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