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기 납치범의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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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중공 민항기 납치범 6명에 대해 13일 「형집행정지 및 강제퇴거」 조치를 내려 석방, 그들의 의사에 따라 대만으로 추방했다.
이들은 대만으로 망명하기 위해 작년5월 만주에서 항공기를 납치, 승객과 승무원을 무기로 위협하여 춘천에 불시착했다가 우리나라의 사법 절취에 따라 4∼6년씩의 유죄 판결을 받고 그중 4백67일간 복역했다.
그동안 우리부국은 이들의 처리문제로 많이 고심해 왔다.
범인들의 망명의사와 범행동기는 반공국가인 우리로서 충분히 이해되는 바이나 그 수단 행위는 엄연한 국제법 및 국내법 위반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관련 상대국의 한쪽이 우리의 전통적 우방이며 이념과 체제를 같이하는 중화민국이고, 다른 한쪽은 비록 체제와 이념은 다르나 앞으로 관계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는 중공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입장은 더욱 미묘했다.
그 때문에 우리 사법·행정당국은 우리가 견지해 나가야 할 반공국가로서의 이념관계, 우방과의 신의관계,중공과의 외교관계, 그리고 모든 인류가 준수해야할 법률관계 사이에서 진통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범인들은 범법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대가를 치렀고 결국은 그들이 희망해온 대만으로의 망명이 달성됐다.
우리로서는 법의 테두리를 고수하면서 우리의 국가이념과 인도주의, 우방에 대한 신의에 충실했고 중공에 대해서도 국제적 관행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베풀었다고 생각된다.
범인들은 그들이 서울에서 겪은 복역기간은 그처럼 갈망해온 자유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자유란 결코 손쉽게 쟁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공은 범인인도를 요구하고 중화민국은 조기석방을 촉구해 왔다. 이것은 우리에게 큰 압력으로 인식됐다.
특히 중화민국의 경우 서울∼대북 사이의 항공편을 감축하고 한국상품 불매운동, 한국정부 규탄데모, 서울에서의 법정시위, 심지어는 대한민국 호칭을 남한으로 바꿔 부르는 비우호적이고 내정간섭적인 행위조차 서슴지 않았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우리는 중화민국이 우리와는 가치관을 공유해온 역사적 현실적 지방이라는 차원에서 이를 묵인해왔으나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없어야하겠다.
우리 당국은 끈질긴 주변의 압력을 배제하고 주권국가로서 당당하고 적절하게 대처해 왔다고 평가된다.
민항기 납치범들에 대한 우리당국의 조치는 앞으로 유사한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국제적인 판례 내지 관행으로서도 조금도 손색없는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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