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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판결 관련 보도 균형잡힌 시각 아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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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여기서 나는 한번 잃으면 상실감 차원이 아니라 엄청난 재앙이 따를 새만금 갯벌 물막이 공사 재개 판결을 짚고 싶다. 중앙일보가 기사 제목을 '과학적 입증 안 돼 취소는 무리'라고 달아 은근히 공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는 공정하거나 올바른 보도가 아니었다고 본다. 환경파괴로 인한 재난은 쓰나미.태풍.폭우.폭설뿐이 아니다. 환경피해나 재앙 사례는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새만금 공사는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마땅한 사업이다.

정부는 새만금 갯벌 물막이 공사가 마치 이른 시일 안에 지역경제를 살리고, 미래의 식량위기를 극복할 대안이란 환상을 주고 있다. 현재 쌀이 남아돌고, 선진국이 시멘트를 뜯어 갯벌을 복원하는 마당에 이는 분명 환상이고 무서운 착각이다. 시화호의 경우처럼 막상 갯벌이 썩으면 사람도 떠나고 지역발전도 활성화되지 못할 게 뻔하다. 썩은 갯벌을 고르는 데만 남산만한 크기의 산이 150개 이상 필요하다. 과연 손익계산을 했을 때 수익성은 얼마나 있으며, 그 많은 산은 또 어디를 망칠 것이며, 공사비로 쓸 막대한 세금은 어떡할 것인가.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세계 5대 갯벌인 새만금 갯벌의 가치를 무시한 무분별한 개발에 아우성치지 않는 우리 국민은 살아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나 사법부나 고심했겠지만 이 심각한 판결에 한국의 지식인은 뭘 하는 건지 암담하다. 여기엔 남은 예산을 써야, 그만큼의 새 예산을 받는다는 부처의 욕심과 지자체의 이기심이 앞서지 않았는지도 신문이 살펴야 한다.

이번 판결을 전북도민이 모두 환영하는 듯 읽히는 기사도 문제다. 개발을 반대하고 걱정하는 전북도민도 무척 많으리란 면에서 공평했어야 한다. 바다 오염을 막는 거대한 필터로서, 모든 철새의 휴식지로서, 바다 양식의 엄청난 창고로서 갯벌을 보존하고 가꾸면 천혜의 세계적 관광지가 될 가능성을 진단한 기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환경문제는 국가를 떠나 지구적인 고민이며, 모두의 것이고 언젠가 누구나 죽고사는 문제가 될 것이다. '개발, 개발'하며 원시의 자연을 다 뭉개고 시멘트로 바른 국토에서 어찌 조상의 숨결을 느끼며 민족.역사를 생각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생각할 때다.

관심 깊게 읽은 '한국 어디로 가나' 기사가 눈길을 끈다. 직업의 귀천이 사라진다는 기사는 가슴 시원했다. 정부는 국민 의견에 관심없다는 통계가 65%란 기사는 정부의 문제점을 통렬히 느끼게 했다. 업적 위주나 한몫 챙기려는 사심 가득한 관료, 안목 부족한 관료가 있는 한 국책사업은 지독한 펑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새만금 공사 재개 판결이나 줄기세포 조작 사건도 똑같은 형제의 모습으로 보일 만큼 우리 사회의 정의나 진실은 말라가는 꽃처럼 향기를 잃고 있다. 꽃은 다시 심으면 되지만, 깊어지는 사회의 병은 어찌할 것인가. 중앙일보가 앞서 말한 사안을 더 꼼꼼히 다뤄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또한 신선함과 우리 삶을 일깨우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 감사하며 새해에도 사회의 구석구석 빛을 밝히는 기사를 기대해 본다.

신현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