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선정] 주민들 "지역발전에 도움 - 안전성 검증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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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이 후보지역 주민들을 갈라놓고 있다. 올들어 정부가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유치 지역에 덤으로 양성자 가속기 사업까지 우선권을 주겠다고 하면서 찬반 주민간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은 강현욱(姜賢旭) 도지사가 유치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 찬반 논쟁이 가장 뜨거운 곳으로 떠올랐다.

후보지역인 고창군의 지역발전협의회도 지역발전을 위해 폐기장을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주민들이 유치를 원하고 정부도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여당인 민주당 의원은 반대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교수들로 구성된 전북 과학기술자문단은 지난 1일 성명서를 내고 유치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전북지역 총학생회 협의회 소속 13개 대학은 지난 13일 "낙후된 전북을 발전시키려면 새로운 원동력이 필요하다"고 유치를 지지했다.

그러나 고창군의회는 "선진국의 첨단 과학기술로도 안정성을 검증하지 못한 시설을 대대손손 살아갈 우리 땅에 유치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 지역 출신의 정균환 국회의원(민주당)이나 이강수 고창군수, 전북도의회, 환경단체들도 유치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대학도 반대하거나 입장 발표를 유보했다.

유치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후보지 주민에 의한 자율 유치 원칙을 어기고 지역별 유치위원회 등을 재조직하거나 지역유지를 대상으로 해외 산업시찰을 시행하는 등 '회유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곳이나 유치 반대 목소리가 있고, 반기는 주민이 있다. 고창.영광.울진.영덕 등 4개 후보지 외의 지역에서도 유치하겠다고 나서는 주민과 이를 말리는 주민간에 반목이 심화되고 있다.

후보지와 가까운 곳이나 스스로 나서 유치를 청원하는 곳의 주민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을 반신반의하면서도 솔깃해하고, 후보지와 동떨어져 직접적 지원 혜택을 보지 못하는 곳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큰 실정이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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