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술전 사양길에…|41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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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오늘날 널리 알려진 국제전으로는 사웅파을루 비엔날레, 파리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를 꼽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이 베니스다. 올해가 41회. 그러니까 80년이 넘는 역사다. 가히 국제적인 가장 대표적인 예로 꼽을만하다.
올해 참가는 32개국<자국의 파비용(관) 없이는 참가할 수 없는 것이 베니스의 특색>.
각국관 외에「미술과 건축」「미술과 스팩터클」「미술과 매스미디어」「미술에 의한 미술」이란 4개의 테마에 의한 특별전이 꾸며지고 있다.
국제전은 많은 국가가 참여하는 일종의 미술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축제적인 열기가 점점 식어가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오랜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행사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추세는 비단 베니스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사웅파울루나. 파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티스」「포트리에」「자코벳티」「토비」「베크만」같은 거장들이 수상하던 50년대와 60년대 전반이 역시 비엔날레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자기 세계를 형성한 미술가에게 영광을 돌리는 권위주의가 비엔날레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면 70년대 이후 비엔날레는 하나의 실험장이 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나마 70년대를 통해 각 국제전은 현대미술의 실험장으로 그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국제전의 침체현상의 하나는 이러한 실험 자체에 대한 회의가 크게 일고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실험을 위한 실험이란 하나의 구경거리 밖에 제공하지 못하는 쇼가 판을 치면서 현대미술의 동향을 가능하게 하는 척도의 기능을 무디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전이 한 시대 미술의 접증적이고 통일적인 방향모색을 기하기엔 많은 국가가 독자적인 작가선정을 하기때문에 더욱 어렵게 돼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타성을 벗어나기 위해 파리 비엔날레는 여러가지 참가의 형식적 모색을 시도해 보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 시대 미술의 동향을 점검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장치는 70년대 이후 세계 유수의 현대미술관이 거의 독점해 가고 있다.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내고 다각적인 전시기획을 통해 한 시대 미술을 이끌어 가는 중심적인 역할로서의 현대미술관의 위치가 크게 부상되고 있는데도 국제전 침체의 한 요인을 찾을 수 있다.
또 하나, 피악(FIAC)과 같은 화상(화상) 조직에 의한 대규모 미술박람회가 세계 여러곳에서 열리고 있으며, 이러한 형식의 전시기구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작품의 유통, 가처기준의 설정 등에 있어 일반적인 국제전 보다 훨씬 실질성을 띠고있기 때문에 종전의 국제전은 더욱 위축되어 간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경우 그나마 한 시대 미술의 특징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기획으로서「미술과 매스미디어」「미술과 스텍터클」「미술에 의한 미술」이 있긴 하지만, 이미 이러한 테마들이 세계 여러 미술관에서 기획되었던 것이라서 별다른 신선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용파울루나 파리와는 달리 베니스의 경우 참가국이 거의 유럽권이라는 점도 침체의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전세계를 향해 개방되어 있지 않다면 국제전으로서의 의미가 앞으로 갈수록 더욱 약화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늘의 미술이 권위를 자랑하는 비엔날레라는 국제전 형식 속에 담기엔 너무나 비미술화 되어가고 있는 것도 침체의 한가지 원인이 아닐 수 없다.
베니스 비엔날레-. 역사를 자랑하는 이 국제전도 이제 사양길에 접어든 인상을 지을 수 없다.
배니스에서 오광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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