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이 면세점 명당 … SK가 찍은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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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서울 동대문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빨간선)를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해 펜스를 쳐놓고 2년 넘게 영업을 못하던 때다. [중앙포토]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K그룹이 서울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동대문을 찍었다. 대기업에게 돌아갈 두 장의 면허를 두고 호텔롯데 등 7개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게 됐다.

 SK 측은 이르면 11일 서울 동대문의 케레스타(구 거평프레야)를 SK네트웍스의 서울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케레스타 빌딩 10~13층 총 4개층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기로 하고, 이미 건물주인 파인트리자산운용과 계약을 마쳤다.

 SK가 내세운 시내면세점의 컨셉트는 ▶작지만 강한 유커(중국인 관광객) 특화 면세점 ▶국산 명품화를 이끌 사업자 ▶쇼핑·문화·레저 특구 형성 등 3가지다. 본지가 입수한 SK의 시내면세점 채점 기준별 전략에 따르면 SK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와의 협업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육성 ▶매장 직원의 90% 이상을 중국어 가능자로 배치 ▶유커의 취향을 감안한 시계·보석·국산품 전략 등을 주요 포인트로 꼽았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쇼핑-레저-문화를 연계한 특구 전략이다. 서울 광장동의 워커힐 면세점은 단지 내에 특급호텔(쉐라톤·W서울)과 레저 시설(파라다이스 카지노) 등이 함께 있어 유커의 방문이 꾸준했다. 지난해 방한한 유커(613만명)의 24%인 145만 명이 워커힐을 다녀갔다.

 시내 면세점 역시 비슷한 전략으로 승부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선택한 곳이 케레스타다. 올 하반기에 현대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도심형 아웃렛이 이곳 지하 4~지상 9층에 오픈한다. 파인트리 측은 SK가 면세점으로 운영할 10~13층 외에 14~23층에는 호텔을 입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의 동대문시장과 아웃렛-면세점-호텔로 이어지는 동선이 가능해진다.

 SK 관계자는 “더 많은 유커를 유치하려는 특단의 전략 없이는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받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단의 전략은 타 면세점의 움직임에서 영향을 받았다. 당초 SK 측은 명동을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했었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SK의 시내 주요 사옥을 중심으로 타당성 분석을 해왔다. 하지만 신라면세점이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용산을 후보지로 결정하고, 한화갤러리아가 여의도의 랜드마크인 63빌딩에 면세점을 세우겠다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통업계의 큰 손인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로 입지를 정했고, 신세계는 명동으로 입지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SK가 명동으로 입지를 선정하면 차별화의 여지가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가 현대백화점이 아웃렛을 여는 케레스타에 면세점을 열겠다고 한 것은 어떻게든 이번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겠다는 최태원(55) SK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은 다음달 1일까지 신청을 받아 7월 중 서울시내 3곳의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한다. 서울시내 3곳의 신규 면세점 가운데 두 곳은 대기업에, 한 곳은 중소기업에 돌아간다. 두 곳의 대기업 면허를 놓고 호텔롯데·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SK네트웍스(워커힐)·신세계·한화갤러리아가 접전을 치를 전망이다. 관세청의 면세점 선정 평가기준은 경영능력(300점)·관리역량(250점)·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와 함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이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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