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마지막 공연 '주먹밥 콘서트' … 이웃돕기 5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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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주먹밥 콘서트'가 열린 28일 낮 서울 중구 성공회 대성당 앞마당에서 자원봉사자가 관람객들에게 주먹밥과 어묵국 등을 나눠주고 있다. 김춘식 기자

28일 정오.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 대성당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회사원.노숙자.장애인.외국인까지 오는 이는 천차만별이었지만 얼굴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이곳에서 열리는 '주먹밥 콘서트'의 올해 마지막 공연 관람객이었다.

"일곱 번쯤 왔을 겁니다. 직장에서 멀지 않은 데다 음악도 좋고 뜻도 좋아서요. 날씨가 풀리는 내년 봄까지 콘서트를 쉰다 하니 아쉬워요."

회사원 이진봉(36)씨는 주먹밥을 베어 먹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로 59회를 맞은 주먹밥 콘서트는 밥 굶는 이웃을 돕기 위한 기금마련을 목표로 지난해 9월 시작됐다. '나눔이 있어 행복한 점심'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장소는 성공회 앞마당, 음악가들에게는 무료출연을 요청했다. 주먹밥은 자원봉사자들이 만들고 관람객은 공짜 주먹밥을 먹되 성금은 마음 내키는 대로 내게 했다.

그렇게 해서 모인 기금이 총 5000여만원. 공연마다 200명이 넘는 이들이 함께했다. 성금함에서는 종종 수표도 발견됐다. 출연비가 없는데도 80여 팀의 공연자가 흔쾌히 참여했다. '자전거 탄 풍경'과 전인권씨는 "공연을 한 번 더하겠다"고 자청하기도 했다. 기금은 노숙자.결식아동 등 1000여 명에게 따뜻한 밥과 국을 제공하는 데 사용됐다.

성공회 푸드뱅크본부장 김한승(39) 신부는 "시작 때만 해도 공연을 빠짐없이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지만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성공적으로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은 추운 날씨 탓에 앞마당에서 하던 공연을 성당 안에서 했지만 분위기는 여느 때만큼 훈훈했다. 올해 마지막 콘서트라고 주먹밥 두 덩이와 어묵국 외에 노란 떡도 돌렸다. 200여 명의 관람객은 피아니스트 노영심씨의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에 취했다가, 프리재즈와 힙합을 접목한 밴드의 흥겨운 리듬에 어깨를 들썩거렸다.

이 중에는 노숙자 김모(43.여)씨도 있었다. 1회부터 한번도 빠지지 않은 '왕팬'인 김씨는 이날 2000원을 냈다. 평소 5~6시간 지하철을 뒤져 모은 폐신문지 25kg을 팔아 받은 돈이다. 김씨는 "내가 시청 지하도에서 생활하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밥을 못 먹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돈을 낸다"며 환하게 웃었다.

공연이 열리는 동안 바깥에는 주먹밥을 만드는 7명의 어머니가 모인 '반딧불' 등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화요일마다 장을 보고 수요일에는 오전 6시30분 이곳에 나와 주먹밥 300여 개를 만들어 왔다. 택시기사 일을 그만두고 노숙자 등에게 나눠줄 급식차량을 운전하는 안효식(44)씨, 공연장 의자를 설치하는 조원홍(58)씨도 콘서트의 숨은 공로자다. 이들은 새해에는 아파트나 대학을 찾아가 '이동 주먹콘'을 열 계획이다.

백일현 기자<keysme@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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