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총각 폭탄' … 남성 6명 중 1명 장가 못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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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총각 폭탄(Bachelor Bomb)'이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장가 못 간 노총각이 넘쳐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후에는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과 뿌리 깊은 남아 선호 사상이 맞물려 있다.

◆특히 농촌 총각들 막막=관광지로 유명한 하이난(海南)성의 핑링 마을. 차오량궈의 소원은 아들 셋을 장가 보내는 일이다. 아들들이 아직 20대 중반이어서 그리 늦은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앞으로도 장가갈 가능성이 매우 작다는 점이다. 동네 처녀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BBC 보도에 따르면 이 마을엔 100여 명의 노총각이 있는데 대부분이 30대 이상이다.

2004년 현재 중국의 결혼 적령기(20~30세) 남녀 성비는 119 대 100이다. 총각 6.2명 중 1명은 결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세계의 결혼적령기 남녀 성비(105 대 100)와 비교하면 중국에 총각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20년이 되면 노총각 숫자가 4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들리 포스턴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중국은 그때가 되면 노총각 문제로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아는 유산시켜=중국이 30년 가까이 추진한 '1가구 1자녀' 정책이 주요 원인이다. 전통적으로 남아 선호 사상이 강한 중국인들이 한 자녀를 갖되 남아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여아는 유산되는 경우가 많다.

자이전우 베이징 인민대학 교수는 "태아 성별을 알기 위한 초음파 검사는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화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출산율도 크게 떨어졌다. 1960년대 가구당 자녀가 6명이었으나 지금은 1.7명으로 뚝 떨어졌다. 벌금을 내고 추가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도시의 부유층에서도 많아야 둘이고, 이 경우도 역시 남아를 좋아한다.

◆국제 문제 야기할 수도=넘치는 총각들은 사회 범죄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공안 당국은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 범죄의 30%를 노총각들이 저지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에이즈 등 성병 확산도 우려되고 있다. 중국 노총각들은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신부를 구해 와 결혼하기도 한다. 아직은 그리 많지 않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수요가 늘어날 경우 그 나라의 성비를 깨뜨려 국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태아 성별 확인하면 징역=중국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6일 중국 정부가 앞으로 여아 낙태를 돕는 의사에 대해 최고 3년의 징역형과 거액의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태아 성별 확인은 금지돼 있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이뤄져 지금까지는 적발돼도 처벌받지 않았다. 중국은 또 노총각들이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에 지원할 경우 우선적으로 징집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노총각들을 군으로 흡수, 잠시나마 총각 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인민해방군 현대화를 위해 병력을 꾸준히 감축하고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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