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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올해 첫발 떼는 아시아판 EU, 우리에겐 엄청난 기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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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호 12면

한-아세안센터 내 아세안홀이 지난 4일 재개관했다.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이 아세안홀에서 아세안 회원국들과 한국의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들을 앞에 놓고 양팔을 벌리고 있다. 김춘식 기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이 올해 말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역내 상품·서비스·투자·노동·자본 등의 이동이 보다 자유로워진다. 아시아판 유럽연합(EU)인 셈이다. AEC의 인구는 6억4000만 명, 역내 총생산은 2조4000억 달러(약 2600조원)에 달한다. 동아시아에 거대한 단일시장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세안 시장을 둘러싸고 한·중·일 3개국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AEC의 출범으로 역내 분업화도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 등은 제조업 생산기지로 입지를 굳힐 것이고, 베트남·캄보디아 등의 소비시장은 급속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콩강 유역의 태국·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 등은 도로와 철도망 확충으로 인도차이나 반도의 물류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매년 5%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 방안을 김영선(60)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에게 들어봤다.

한-아세안센터 김영선 사무총장

-아세안이 우리나라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동남아의 안정과 발전은 동북아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와 아세안은 경제적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어 아세안은 상생 협력을 해야 할 공동 번영의 파트너다. 올해 말까지 양측의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마무리되면 경제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기존 FTA는 2007년 체결된 것으로 관세철폐율이 90% 수준이다. 교역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좀 더 과감한 시장개방이 필요하다.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양측은 아시아적 정서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에는 현재 많은 아세안 회원국 국민이 이주노동자·결혼이민자·유학생 등으로 들어와 있다. 우리가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는 만큼 이들을 이해하고 상생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선 고령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동남아 인력은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세안이 올해 말까지 경제공동체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그 전망은.
“아세안의 모토는 하나의 비전, 하나의 공동체, 하나의 정체성(One Vision, One Community, One Identity)이다. 아세안은 현재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경제·문화 분야 등에서 통합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회원국 간 이질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EU와 유사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우선 올해 안에 경제공동체가 출범한다. 이에 따라 우리도 아세안 회원국과의 개별적 양자관계를 고려하면서 새로 출범하는 공동체와의 협력 강화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또 공동체가 출범하면 회원국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메콩강 유역 국가 간 도로망 연결, 교량과 항만 건설 등 인프라 사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이런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직 한-아세안센터의 활동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이 센터는 2009년 우리나라와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함께 설립했으며 우리나라와 아세안 간 협력을 위해 국내에 세워진 첫 국제기구다. 양측의 교역 증대, 투자 촉진, 관광 활성화, 문화 및 인적교류 확대를 위해 일하고 있다. 아세안 쪽에서도 직원을 직접 파견하고 있다.”

-지난 3월 사무총장을 맡았다. 향후 계획은.
“크게 네 가지 사업에 중점을 둘 것이다. 첫째, 아세안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이해와 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아세안은 우리의 둘째 교역대상인 동시에 둘째 투자대상 지역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은 찾는 지역이 바로 아세안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관광지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아세안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둘째, 경제 성장의 동반자로서의 협력 강화를 지원할 것이다. 우리는 아세안을 상대로 매년 300억 달러 정도의 무역흑자를 얻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양측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동번영을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셋째, 아세안 내 지역개발 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사업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아세안 관련 기관 및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다.”

-지난 4일 센터 내 아세안홀을 단장하고 재개관했는데.
“아세안홀은 아세안 각국의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문화정보센터다. 아세안 관련 각종 서적과 미디어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세안의 수공예품, 전통 악기 등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아세안홀에서는 시민강좌, 아세안 체험학습 프로그램 등이 연중 열리고 있다. 또 한국에 거주하는 아세안 국가들의 외교사절은 물론 아세안 주요 인사들과의 교류의 장(場) 역할도 하고 있다. 이를 더욱 촉진하기 위해 아세안홀을 재단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아세안 간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은.
“기존의 정치·외교·안보 및 경제 분야 협력 못지않게 사회·문화 분야에서의 협력이 중시되고 있다. 개인 간 관계에서도 지속적이고 견고한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상호 신뢰와 배려가 있어야 하듯이 국가 간 관계에서도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협력은 이를 바탕으로 가능해진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협력과 인적 교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7000명의 아세안 출신 유학생이 있다. 우선 이들 중 100명 정도를 주축으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 유학생은 출신국에서는 훌륭한 인재에 속하는 학생이다. 이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전문성을 갖고 돌아간다면 향후 우리와 아세안의 협력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양측의 연간 방문자 수는 700만 명에 달한다. 아세안 국가들이 대부분 관광지로서 명성을 갖고 있기에 관광 분야에서의 협력도 확대할 것이다. 아울러 환경·기후변화·보건·사이버범죄·해상안전·재난구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류 덕분에 아세안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은데, 협력 강화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우선 한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문화 전파가 아닌 쌍방향적인 교류 형태로 탈바꿈해야 한다. 우리의 문화가 아세안에서 인기를 얻는 만큼 아세안의 다양하고 격조 높은 전통 문화와 현대 예술이 우리나라에도 소개되도록 노력하겠다. 상호 호혜적인 문화교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한류가 드라마나 K팝에 국한되지 않고 전통문화, 문학 그리고 다른 장르까지 그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김영선 1977년 외교부에 들어가 미국·이스라엘·이집트·일본 등에서 외교관으로 일했다. 2003년에는 주레바논 대사를, 2009년에는 외교부 대변인을 지냈다. 2011년 주인도네시아 대사, 지난해에는 인천시 국제관계대사를 거처 올 3월부터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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