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더욱 위세 떨칠 「우먼·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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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은 여성활동가들의 정열과 긍지에 불을 지르는 유례없는 데먼스트레이션이 될 것이다』-「위버로드」 대회조직위원장이 지난주 한 파티석상에서 한 말이다.
우먼파워의 맹위. 이것은 LA올림픽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올림픽은 거의 매회마다 불후의 영웅을 탄생시킨다. 그러나 고대올림픽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올림픽 영웅은 거의 남성이며 올림픽은 사실상 남성우위를 다지는 인류의 제전이었다.
물론 아직도 남·여가 직접대결해서 성간의 능력을 측정하는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LA올림픽은 적어도 히어로보다 히로인을 더 많이 탄생시키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며 그렇게 되면 각종 경기장, 그리고 신문·잡지·텔리비전 화면에서 긴 머리, 가냘픈 몸매, 귀여운 미소, 그리고 아름다운 힘의 「여권」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56년 전에 처음참여>
여성이 올림픽에 참가한 것은 불과 56년 전인 1928년의 암스데르담 대회부터였다.
그러나 여성선수의 출전은 그 후 오래도록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예컨대 올림픽 최초의 여성영웅으로 불리는 노르웨이태생의 미국 육상선수 「베이브·디럭슨」(당시18세)은 32년 LA대회에서 80m허들·투창·높이뛰기 등 트랙과 필드를 섞은 3종목에서 세계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휩쓸었다. 한사람이 몇 종목을 휩쓰는 이러한 전능의 재능은 현대 육상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 따라서 당시엔 그만큼 여성선수 층이 세계적으로 얇았다는 얘기가 된다. 두 번째 여성영웅은 년 런던올림픽 때의 「화니· 코엔」(네덜란드·당시30세). 두 아이의 어머니로 「날으로 주부」란 애칭을 얻은 「코엔」은 육상1백 m·2백m·80m허들·4백m릴레이 등4종목의 우승을 차지했다.
다시 72년 뮌헨대회에서 소련의 요정 「을가·코르부트」가 체조의 신기를 펼쳐 올림픽의 영광에 우먼파워의 도전이 본격화됐다.
이번 LA올림픽에서는 여성파워의 급격한 신장을 여러모로 실감할 수가 있다.
외형의 변화만 해도 획기적이다.1백41개국 7천8백 명의 선수 중 여성선수가 35%나 된다. 종전엔 20%미만이었다.
여성선수가 이처럼 대폭 늘어난 것은 세계 각 국의 여성경기종목 참여도가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LA올림픽은 새로운 여성프로그램(종목)을 대폭 채택했기 때문이다.
LA올림픽은 17개의 새 경기(1개는 남녀혼성)를 채택했는데 이중남성종목은 5개에 불과하다.
이로써 21개 종목 2백20개의 금메달 중 여성선수들만이 겨루는 것은 16개 종목 76개(혼성15개)의 금메달로 선수구성비율과 거의 같은 34%다. 게다가 승마(금6개) 요트(금7개) 및 사격의 트랩과 스키트 등은 남녀가 동등한 자격으로 대결하는 혼성경기다.
여성경기로 신설된 11개 세부종목에는 수영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수중발레)과 체조의 리듬체조와 같이 여성특유의 분야뿐만 아니라 격심한 체력과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남성적인 경기도 포함돼있어 흥미롭다.

<여자마라톤이 압권>
가장 센세이셔널 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마라톤이다.
이미 여자마라톤은 미국의 「조앤·베노이트」가 2년 전 2시간22분대에 돌입, 인간의 스포츠능력은 성의 차이에 관계없이 무한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음을 실증했다.
이 경기가 비로소 올림픽무대에 등장해 오는 8월5일 올림픽열기를 최고조에 달하게 할 것이다.
육상에서는 마라톤 외에 3천m와 4백m허들이 여성종목으로 추가되었으며 이것들은 한결같이 심장박동의 극한 점을 극복해 내야하는 최난의 종목이다. 스포츠라이터들은 이 종목들을 『트랙의 킬러』 혹은 『살인 경주』라고까지 말한다.
이러한 점에선 사이클의 79.2km도로 경기도 마찬가지며 또 커누 5백m, 카야크 4인승 경기도 원시적인 힘을 겨루는 경기다.
그 외에 사격에서 스탠더드 소총 3자세·공기소총 및 공기권총이, 수영에서 2백m개인 혼영이 신설되었다.
예술적 스포츠의 극치로서 이번 올림픽 관전자들의 시선을 장악할 화제의 경기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수중발레)과 리듬체조.
과거 여자체조경기의 금메달리스트가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고 동계 올림픽의 피겨스케이팅이나 아이스댄싱이 최고 인기의 TV프로그램이 되었던 것과 다름없이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과 리듬체조는 LA올림픽을 장식하는 화려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미도 김진호엔 기대>
올림픽경기종목을 흔히 영어의 알파베트 순으로 나열할 때 아처리(양궁)가 가장 선두에 나서는 것이 우리로선 아주 다행스런 일이다.
코리아의 김진호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세계최고기록보유자인 김은 4년 전 다수의 서방 국이 불참한 채 거행된 모스크바올림픽 때 소련의 뚱보선수 「케토·로자베리츠」가 세운 2천4백91점의 기록을 훨씬 앞질러 우승할 것으로 예상되어 한국은 물론, 배소 취향의 미국 매스컴들로부터도 큰 기대와 귀여움을 받고있다.
여자체조에서는 소련의 불참으로 루마니아의 신예「에카테리나·스자보」가 독주, 몬트리올의 요정「나디아· 코마네치」의 영예를 계승할 공산이 짙다.
수영에선 미국의 독무대. 「트레이시·콜킨즈니」 「매리·미거」 「티파니·코언」이 서로 『물의 여왕』자리를 놓고 각축, 최다 메달리스트가 누가 될지 예측을 불허한다.
드러매틱한 히로인의 탄생은 아무래도 육상에서 이루어질 것 같다.
1백m의 「에벌린·애시퍼드니」(미국), 1천5백m 혹은 3천m의 「매리·데커」(미국)와 「졸라·버드」(영국), 마라톤의 「조앤·베노이트」(미국), 「그레테·와이츠」와 「잉그리드·크리스티안센」(이상 노르웨이) 등이다.
김진호 외에 아시아선수로는 다이빙의 「첸·샤오샤」 「리·이후아」, 체조의 「마·옌홍」 등 중공 세에, 수영의 「나가사끼·히로꼬」(일본)도 히로인이 될 조짐이 크다.
중공은 여자배구를 우승시킴으로써 『세계의 여걸들』을 대거(12명) 엮어낼 수도 있다.
미국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대표인 「루이스」와 「코스티」는 이미 LA올림픽 미의 여왕으로 왕관을 쓸 날만 기다리고있다.
경기장을 떠나서도 LA올림픽은 여성의 체취에 휩싸여있다.
조직위원회의 주요간부들을 비롯, 4만 명의 자원봉사요원 중 약 60%가 여성이다. LA의 어디를 가나 노란색과 초록색의 유니폼을 입은 여성 볼런티어들의 미소와 응대와 분주한 움직임에 마주치게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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