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수만에 끝난 단명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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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9국
[제6보 (78~93)]
白.金主鎬 3단| 黑.李世乭 7단

78로 기어나오자 이 일대의 흑 모양도 상당히 어지럽다. 연결고리도 불확실해 위태롭고 불안하다. 바둑도 크게 유리한데 이쯤 되면 얼른 수비로 돌아서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세돌7단은 고삐를 늦추지 않고 79로 공격의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의 얼굴은 막 초원에 나선 젊은 치타처럼 자신감에 넘치고 있다.

만약에 백이 '참고도1'처럼 역습을 가한다면 어찌 될까. 흑은 물론 2,4로 넘어간다.

그 다음 백 대마의 생사가 문제인데 6으로 젖히면 과연 살아갈 수 있느냐.

검토실에선 옥쇄하더라도 이쪽이 차라리 낫다고 말한다. 구구하게 사느니 시원하게 생사와 승패를 정리하자는 얘기다.

84로 막고 기회를 볼 때 이세돌7단이 들고나온 85의 마늘모 수가 검토실에 다시 한번 전율 비슷한 파동을 불러온다.

백이 A로 붙여 사는 수를 없앰으로써 88의 탈출을 강요하는 수. 그 틈에 89로 절단해 바둑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겠다는 수.

86의 도전은 87로 뚫어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실전에서 85와 같은 모험적인 수를 두기는 힘들다. 내가 못 본 상대방의 묘수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묘수에 걸려 다 이긴 바둑이 역전되는 경우,그 상처가 너무 크게 때문이다.

그러나 이판은 백에 불운했다. 좌하에서 크게 실리를 잃은 이상 이곳에서 대가를 찾아야 했지만 89로 끊기자 후속 수단이 없었다.

'참고도2'의 백1은 2로 끊어 안된다. 93에서 金3단은 돌을 던졌다. 22연승의 신예 김주호에게 기대를 많이 했건만 그 부담 탓인지 오히려 단명국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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