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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외투자, 사상 첫 1조 달러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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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이 해외에 투자한 돈이 지난해 말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외환보유액까지 합하면 1조 달러를 웃돈다. 역대 최대 규모에 첫 1조 달러 돌파다.

 한국은행이 7일 내놓은 ‘지역·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 잠정 수치를 보면 지난해 말 한국 기업, 기관이나 개인의 대외투자 잔액은 7166억 달러(약 780조원)였다. 한 해 전 6211억 달러와 비교해 955억 달러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낮은 금리와 부진한 국내 경기 탓에 국외로 발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많아지면서다. 국제 관례에 따라 대외투자 통계로 잡지 않는 외환보유액(3636억 달러)까지 더하면 1조802억 달러에 달한다. 역시 최대치다.

 투자 대상 지역별로는 만년 1위 미국이 1736억 달러(비중 24.2%)로 선두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미국 증시 상승에 힘 입어 주식·채권 같은 증권(836억 달러)에 한국계 투자가 몰렸다. 2위는 중국으로 1324억 달러(18.5%)가 투자됐다. 중국에 들어간 자금은 대부분 기업 지분 인수, 공장 건설, 부동산 매입 등 직접 투자(696억 달러)에 쓰였다. 중국이 한국의 투자 대상국 2위로 올라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한국인의 선호 투자국으로 급부상하면서 2013년까지 2위였던 유럽연합(EU)은 3위로 밀려났다. EU 지역에 투자된 돈은 1272억 달러(17.7%)였다. 다음은 동남아 1062억 달러(14.8%), 중남미 529억 달러(7.4%), 일본 229억 달러(3.2%) 순이었다.

 반대로 투자처로서 한국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돈은 998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64억 달러 감소했다. 2013년 말 세웠던 외국인 투자 1조 달러 기록이 한 해 만에 무너졌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이래 외국인 투자액이 줄어든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혜림 한은 경제통계국 과장은 “지난해 국내 증시가 하락하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도 떨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액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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