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종목 오르고, 산 종목 내리고 … 개인들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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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회사원 이시원(32)씨는 지난달 연 4% 초반의 금리로 4500만원을 신용대출 받았다. 당시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자 주식 투자에 직접 나서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이 돈으로 대형 증권주 3개에 분산투자했다. 이미 증권주가 많이 올랐다고 생각했지만 실적이 대폭 개선된 데다 증시가 달아오르면 증권사 주가가 더 오르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주가가 주춤거리더니 7일까지 15%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씨는 “빚내서 투자한 거라 팔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개인투자가가 증시 상승장에서도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비쌀 때 샀다가 쌀 때 파는 4~5년 주기의 개인투자자 ‘상투 잡기’가 이번에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본지가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올해 투자자별 순매수·순매도 종목의 수익률(1월 2일~5월 6일)을 분석해 보니 개인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한 종목 상위 10개 중 9개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순매수한 종목 상위 10개 중 7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팔아치운 종목의 주가는 오르고 사들인 종목의 주가는 떨어져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뜻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90%에 달하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개인투자자가 순매도한 종목 상위 10개 중 8개의 수익률이 ‘플러스’였다. 반면 순매수한 종목 상위 10개 가운데 7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9.3%, 코스닥지수는 20.3% 올랐다. 개인투자자는 시장과 거꾸로 가는 투자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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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판 종목은 내렸고 산 종목은 올랐다.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투자가가 순매도한 종목 상위 10개 가운데 5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이들이 사들인 종목 상위 10개 중 마이너스 수익률은 3개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플러스였다. 외국인도 순매수 상위 10개 중 7개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이를 쏠림 현상으로 진단했다. 김 부장은 “개인투자자는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본 다음 몇 년 동안 참고 참으며 투자를 안 하다가 증시가 오른다고 하면 한꺼번에 투자에 나서는데 이때가 고점인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이 좋지 않은데 최근 국내외 증시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개인투자자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는 아직 낙관적이다. 본지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증시 불안은 “일시적”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안병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의 금리가 올라가면 코스피는 다시 박스권으로 회귀할 것”이라며 “실적이 가장 중요한 투자 척도”라고 조언했다.

김창규·정선언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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