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이후 소화불량 '위암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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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입원한 43세 남자가 있었다. 그는 우연히 받은 위내시경 검사 결과 진행성 위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필자를 찾아왔다. 평소 술.담배도 않는데다 건강에 대해선 자신했고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었던 터라 더욱 놀라는 눈치였다. 대한민국 남녀 공히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하는 위암은 이렇게 아무 증상 없이 찾아온다. 그러나 일반인들 사이에선 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

매년 한국인 1만4000명이 위암으로 사망하며 중년 남자 500명당 1명꼴로 위암이 발견된다. 위암은 40대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며 남자 비율이 여자의 두 배다. 올해 호주의 마샬과 워렌 박사가 노벨의학상을 타면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위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한국인 대부분이 이 균을 갖고 있다. 물론 이 균이 있다고 모두 위암에 걸리는 건 아니지만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일반인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위암은 대체로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된다. 막연한 소화불량 증세가 있다면 일단 위암 초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 그러나 이 증세조차 없는 경우도 태반. 궤양을 동반한 위암은 속쓰림이 있을 수 있는데 이때 무조건 제산제를 복용하면 자칫 위암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암 발생률은 3~4배 높다. 위암을 예고하는 위축성 위염이 나타나면 주기적으로 검사해야 한다. 즉 위암 발병률이 높은 40세 이후 소화불량증상이 한달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없다 해도 1년에 한번은 정기검사를 권한다.

조기 위암은 내시경 치료와 절제수술로 완치된다. 점차 암이 진행되면서 상복부 불쾌감, 팽만감, 동통, 소화불량으로 인한 식욕부진, 체중감소, 악성 빈혈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되며 후기로 진행될수록 구토, 토혈과 혈변, 연하곤란, 복부 종괴, 복강 내 림프절이 손으로 만져지거나 간 비대가 나타난다.

전신 고통을 주는 위암은 조기 예방이 최선. 그 첫 번째가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며 그 다음으로 식생활 개선이다. 미국의 경우 냉장고가 보편화된 1950년대 중반부터 위암 발생률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신선치 않은 음식 섭취가 위암 발생의 원인임이 입증된 셈. 신선한 과일.채소를 많이 먹고 소금은 가능한 한 적게 섭취하고 까맣게 태운 육류는 피하고 담배를 끊어야 한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민간요법에 기대 조기치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종합검진센터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위암 중 75%가 조기 위암이다. 예방을 철저히 하고도 위암이 발견됐다면 수술이 기본이다. 과거엔 개복 수술이 많았지만 최근엔 '복강경을 통한 위 절제술'을 시행하므로 배에 거의 상처가 없으면서 수술 후 회복도 빠르다. 더욱이 내시경 수술법이 매우 발달해 일부 조기 위암은 수술 않고도 '내시경만으로 암을 절제'하는 등 치료법이 첨단화되고 있다. 그러나 위암의 조기 발견과 예방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동국대 일산병원 소화기병센터 소장 민영일. 문의 031-961-7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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