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 강의권 박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동국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정구(60.사회학.사진) 교수를 직위해제키로 26일 결정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홍기삼 총장 주재로 처.실장 회의를 열어 강 교수를 직위 해제키로 했다"며 "학교 이사장(현해 스님) 결재가 이뤄지면 강 교수에게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결정이 확정될 경우 강 교수는 교수 직위는 유지할 수 있지만 강의 배정과 연구비 지원 등은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학교를 통한 외부 연구 용역에도 참여할 수 없다. 학교는 이번 결정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게는 교원 직위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조항(58조)을 적용했다. 강 교수는 2004년 3월부터 올 3월까지 "6.25전쟁은 내전으로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신식민지 지배 아래 있고 미국에 의해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이 강요됐다"는 내용의 글 등을 유포한 혐의로 23일 서울중앙지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강 교수는 이에 앞서 2001년 8월 평양을 방문해 만경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 위업 이룩하자'는 글을 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으나 당시 학교는 강 교수에 대한 징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대학 기획처 관계자는 "강 교수가 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사립학교법의 교원 임용 자격 중 결격 사유에 해당돼 자동 면직 처리된다"며 "벌금 등 선고를 받게 되면 강 교수에 대한 징계 여부를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학 학생과 시민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 저지 및 학문의 자유 쟁취 공대위'는 이날 동국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국대가 검찰 기소 직후 강 교수를 징계해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학원의 임무를 스스로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강승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