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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우윤근 절충안 만들었지만 … 여당 최고위서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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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윤근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결렬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새누리당이 합의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 수포로 돌아갔다. 당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2일 합의안에 서명했을 때만 해도 6일 국회 본회의 통과는 요식 절차처럼 보였다. 하지만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와 함께 패키지로 합의했던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문제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여야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의 설치를 ‘국회 규칙’에 포함하는 걸 놓고 6일 13시간 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엎치락뒤치락하며 진통을 겪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는 ‘국회규칙제정권’에 의해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의사(議事)나 내부규율 등에 관한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이날 새정치연합은 국회 규칙에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고, 새누리당은 숫자는 넣을 수 없다고 맞섰다. 새정치연합은 “이미 지난 2일 여야 합의안에 50% 부분을 반영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50%는 여야 대표의 합의문에는 담기지 않았고, 실무기구 합의문에만 있던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평행선이 6일 계속됐다. 한때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간의 비공개 오찬 회동에선 접점을 찾는 듯했다. 이 자리에서 우 원내대표는 “국회 규칙에는 넣되 본문이 아닌 ‘부칙’(附則)에 넣자”는 절충안을 제시했고, 유 원내대표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찬 회동 직후인 이날 오후 1시30분에 열린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우 원내대표는 “소득대체율 50% 문구를 부칙에 넣는 중재안을 갖고 여당 원내대표를 만나겠다”고 보고한 뒤 다시 원내대표 회동에 나섰다.

 오후 3시에 다시 만난 두 원내대표는 최종 절충안을 만들어냈다.

 국회 규칙의 부칙 2조에 ‘2015년 5월 2일 실무기구에서 합의한 내용을 실행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넣고, 부칙 3조에 ‘제2조에 따른 합의 내용은 별지와 같다’고 규정한 뒤 ‘별지’(別紙)에 야당의 주장(‘국민의 노후 빈곤 해소를 위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발생하는 총 재정절감액의 20%를 공적연금 개선에 활용한다’)을 넣는 안이었다.

 기술적으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란 문구를 포함시키면서도 새누리당의 반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 규칙의 본문→부칙→별지로 위상을 떨어뜨린 절충안이었다. 유승민·우윤근 원내대표 입장에선 일단 당내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카드를 마련한 셈이었다.

 새정치연합은 의원총회에서 이런 절충안을 곧바로 추인했다. 문제는 새누리당이었다. 새누리당은 오후 5시40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최고위원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 후 “최고위원 다수에 의해 거부된 게 아니고 두 분이 아주 강하게 거부했다”고 말했다. 두 명은 서청원·김태호 최고위원이었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은 오전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부터 “(여야 합의안이) 양당 두 분 대표(김무성·문재인)의 미래만을 위한 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합의안은 ‘포퓰리즘의 전형이고, 비열한 거래’로 비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최고위원들에게 보이콧당한 절충안은 유 원내대표가 오후 8시 넘어 소집한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거부당했다.

 새정치연합은 즉각 “여당이 약속을 깼다”고 반발했다. 결국 오후 4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새누리당 단독으로 처리한 뒤 정회에 들어간 국회 본회의는 다시 열리지 못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청와대 3자회동에서 5월 6일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한다는 약속도 허사가 됐다.

글=허진·정종문 기자 bim@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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