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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견 박지성에 꽁꽁 묶였던’ 피를로, 레알 마드리드 무너뜨렸다

중앙일보

입력

"안드레 피를로(36?이탈리아)를 막으려면 박지성(34)처럼 해야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과 함께 뛰었던 폴 스콜스(41). 은퇴한 뒤 현재 영국 ITV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스콜스는 6일 유벤투스(이탈리아)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경기를 지켜본 뒤 팀 동료였던 박지성을 거론했다.

유벤투스는 이날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홈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2-1로 꺾었다. 유벤투스는 14일 4강 원정 2차전에서 비기기 만해도 결승에 오른다.

유벤투스 포메이션 4-3-1-2 중 ‘3’의 중앙에 선 피를로는 이날 자신의 별명인 ‘레지스타(Regista)’ 다운 플레이를 펼쳤다. 레지스타는 이탈리아어로 '연출가' 라는 뜻이다. 축구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선수를 지칭한다. 피를로는 이날 택배기사를 연상케하는 정확한 패스와 30대 중반의 나이를 무색케하는 왕성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경기 후 스콜스는 "피를로를 막으려면 박지성처럼 하는 게 최선이다. 과거 박지성은 피를로가 공을 건드리기도 힘들 만큼 밀착마크 했다"고 말했다. 스콜스가 언급한 경기는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 그 맨유와 AC밀란의 16강전이다. 당시 알렉스 퍼거슨(74) 맨유 감독은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시키면서 AC밀란 소속이던 피를로를 꽁꽁 묶도록 지시했다.

피를로는 지난해 발간한 자서전 '나는 생각한다, 고로 플레이한다' 를 통해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풀어 날 그림자처럼 뒤쫓도록 했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핵(核) 같은 선수다'며 '박지성은 몸을 던져 날 막았고, 겁을 주려고 계속 내 등에 손을 갖다 댔다. 박지성은 유명 선수였음에도 경비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레알 마드리드에는 박지성처럼 피를로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선수가 없었다. 피를로는 패스 성공률 88%(59개 성공)를 기록했고, 90분간 출전 27명 선수 가운데 2번째로 많은 11.89km를 뛰었다. 또 맨유 시절 박지성과 절친한 사이였던 유벤투스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31?아르헨티나)는 전반 8분 선제골을 어시스트한데 이어 1-1로 맞선 후반 12분 페널티킥 결승골을 터트렸다.

한 때 유럽 축구를 평정했던 이탈리아 세리에A는 최근 성적이 나빠지면서 관중도 줄어들었다. 현재 유럽축구 3대 리그는 스페인과 잉글랜드, 독일 리그다. 유벤투스는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조기 확정지었고, 코 파 이탈리아 결승에도 올라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트레블(3개 대회 동시 우승)에 도전 중이다. 그 중심에 피를로가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다. 피를로가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끌고 2006년 독일월드컵 우승을 거뒀을 때 프랑스와 결승전을 치렀던 곳이다. 피를로는 “ 독일월드컵 당시 ‘우리가 베를린에 간다’는 문구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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