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네가 「유괴공포」에 떤다|반년사이 5건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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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 변두리 한동네에서 6개월 사이에 2명의 어린이가 유괴되고 3명이 유괴되기 직전에 구출되는 등 어린이 유괴사건이 5차례나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유괴사건이 잦은 곳은 서울중화2동 시장을 낀 주택가로 피해자들은 반경2백m 거리의 이웃들이며 대상이 3∼4세짜리 철부지들이어서 집집마다 자녀보호에 전전긍긍하고있다.
8개월째 "묘연"
유괴공포에 떨고 있는 이 일대 주민들은 반상회때마다 자녀보호문제를 토론하고 시장상인들은 혼자 다니는 어린이는 무조건 보호한 뒤 부모를 찾아주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고 있어 너나없이 유괴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유괴>
지난해 11월28일 하오3시쯤 서울중화2동297의34 김진하씨(56)의 6대종손 수한군(5)이 집근처 어린이 놀이터에서 혼자 놀다 실종된지 8개월이 지나도록 생사조차 모르고 있다.
과자를 사먹겠다며 돈을 들고 나간 수한군은 예쁘게 생긴 용모에 자기의 이름과 집주소를 또렷하게 말할 수 있는 총명한 아이.
부모가 단산, 대가 끊기게 되자 할아버지 김씨는 퇴직금을 털어 지금까지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을 4차례나 돌며 90여만장의 전단을 뿌리고 4백여곳의 고아원·경찰서·군청을 누비며 손자를 되돌려 줄것을 호소했다.
또 지난 5월22일 하오3시쯤 이동네 320의125 유장숙씨(25·여)집 앞에서 유씨집에 놀러갔던 조카 최선미양(4·경기도동두천시내행동397)이 실종됐다.
유씨에 따르면 선미양이 마당에서 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불과 2∼3분 한눈을 파는 사이 없어졌다는것.
과자 사주고 꾀어

<유괴미수>
수한군이 실종되던 같은날인 지난해 11윌28일 하오 1시30분쯤 중화2동327의94 조성근씨 (32·상업)의 외아들 흥래군(4)이 집근처 어린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45세 가량의 남자에게끌려가는 것을 때마침 흥래군을 찾아 나온 아버지 조씨가 발견, 구출했다.
조씨에 따르면 남자는 키 1백65cm 정도에 이마가 넓고 광대뼈가 나온 삼각형의 얼굴이며가죽점퍼를 입고 있었고 조씨가 흥래군의 이름을 부르자 손을 놓고 그대로 달아났다는 것이다.
흥래군은 친구 1명과 놀던 중 어떤 아저씨가 과자를 사주겠다는 말에 따라갔다고 했다.
또 선미양과 같은 실종일인 지난 5월22일 하오 4시쯤엔 이동네 299의64 최용기씨(29·대학원생)의 장녀 현미양(3)이 40대 여자에게 끌려가다 외할머니 송순자씨(50)가 발견, 구출했다.
범인은 송씨에게 들키자 어물어물하다 달아났으나 송씨는 정황이 없어 붙잡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1주일전인 5월15일 상오11시쯤에는 이동네 김석부씨(28·운전사)의 외아들 승현군 (2)이 50대후반의 여자에게 끌려가는 것을 어머니 이화숙씨(27)가 발견했었다.
이 여자는 이씨가 따지자『당신 아이인지 누가 믿느냐. 애를 찾는 부모가 있어 데려 가려했다』며 우물쭈물하다 달아났다.
범인 2명넘을 듯

<특징>
이미 유괴실종 됐거나 미수에 그쳤던 어린이 5명이 모두 이제 간신히 말을 시작, 사려분별을 할 수 없는 철부지들이며 동네에서는 잘 생기고 예쁜 아이들로 소문나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28일에는 김수한군(실종)과 조흥래군(미수)이, 지난 5월22일엔 최선미양 (실종)과 최현미양(미수)의 유괴사건이 동시에 발생, 2인 이상의 유괴전문범들이 한동네에 잠입, 범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유괴범>
50대후반의 할머니, 40대중년여인, 40대남자로 그때마다 달랐으며 부모들이 발견당시 모두 당황하거나 놀라 범인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전과자중심 추적

<수사>
서울 태릉경찰서는 이 사건이 어린애가 없는 가정에서 양육을 위한 유괴이거나 어린이를 팔아넘기기 위한 범죄꾼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가출 노인이나 양로원·고아원·동일수법 전과자등을 추적,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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