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남쪽 강변도로 교통사고 너무 잦다|안전시설미비|자갈트럭 질주|도로설계 잘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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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강양안의 준고속도로인 강변·강남로가 교통사고 다발지역으로 죽음의 길목이 되고 있다. 특히 강남로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위에서 한양아파트 뒤를 지나 영동교에 이르는 2km구간은 사신이 깃든 마의 교통사각지대.
이곳에서는 지난 6월 6일부터 7월 8일까지 한달 사이에만도 무려 13명이 사망하는 똑같은 유형의 교통참사가 발생했다.
서울의 동맥인 강변도로가 이처럼 「마의 길목」으로 변한 것은▲도로건설당시 노면의 구조공학을 무시한 채 만든 데다▲차량이 과속운행하고▲자갈과 모래를 운반하는 트럭이 무법자처럼 난폭 운전을 일삼으며▲각종 교통안전시설과 표지판이 재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한달 새 13명 숨져|노면경사>
자동차가 커브 길에서 고속으로 달릴 때는 원심력의 영향으로 도로에서 바깥쪽으로 이탈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모든 도로는 곡선반경(커브 길을 원둘레의 일부로 생각하고 가상으로 그린 원의 반경)에 따라 도로의 바깥쪽이 안쪽보다 5∼10도 가량 높아야한다. 강변도로는 준고속화도로이고 강기슭의 자연지형을 따라 꾸물꾸물하게 건설되었기 때문에 커브 길 노면경사가 더욱 필요한 것.
그러나 강변도로는 이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배수를 위해 중앙부분을 높여 오히려 안쪽이 바깥쪽보다 높은 실정.
지난 8일 상오6시40분쯤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뒤쪽 강남로에서 빗길을 과속으로 달리던 서울2다9245호 포니승용차(운전사 김종민·34)가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 5명이 숨진 사고 등 이곳에서 일어난 모든 사고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해 중앙선을 넘어 생긴 것들이다.

<수입 늘리려 과속|트럭의 횡포>
강변도로 전체 통행차량의 10%인 3만여대의 트럭이 24시간 과속으로 달리면서 소형차를 밀어붙여 대형사고가 생긴다. 트럭들은 『부딪쳐 봤자 덩치가 큰 나는 별탈 없다』는 배짱으로 마구 밀어붙인다.
특히 최근 한강개발사업을 하면서 모래·자갈을 실은 트럭이 골재를 떨어뜨려 교통방해가 되고있다.
트럭의 과속 원인은 트럭으로 모래·자갈을 실어 나르는 운행횟수와 실적에 따라 임금을 받는「탕치기」때문이며 트럭운전사들은 기를 쓰고 여러 탕을 하기 위해 과속을 하게된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에 대한 단속을 거의 않고 있다.

<제한속도 는 말뿐|과속운행>
강변도로의 제한속도는 일부 2차선(왕복)구간을 제외하고 모두 시속 70km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 제한속도를 지키는 차량은 거의 없고 대부분 시속80∼1백km로 달려 교통사고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있다.
특히 빗길에선 노면에 수막현상이 생기므로 이 같은 속력에서 약간만 핸들조작이 서툴러도 미끄러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가드레일도 허술|안전시설>
무인속도측정기가 한 대도 설치되어 있지 않고 커브 길에 필요한 경보등이나 도로의 연결지점에 있어야할 차선분리대가 없다.
강물로 차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방벽도 없고 허술한 가드레일만 있기 때문에 추락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일반도로용 설치|교통표지판>
곳곳에 제한속도·방향·위험지역 등을 알려주는 교통표지판이 있으나 크기가 작고 수양버들 등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 강변도로에 설치된 표지판은 크기가 지름 60cm, 기둥높이 3m로 일반도로의 표지판과 크기가 같은데 강변도로의 경우 차량들이 빨리 달리기 때문에 식별이 어려우며 그나마 밑으로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에 가려 표지판의 있으나마나한 상태.
"개선방안 연구 중"
▲서울시의 말=문제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뒤쪽 강남2노는 73∼74년 영동개발사업을 하면서 건설됐다. 이 지역은 음지로 눈·비가 내리면 잘 얼기 때문에 배수에 신경을 써 경사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교통사고가 잇따라 문제가 있다고 판단, 한강개발과 함께 개선방안을 연구하고있다. 강변도로 전체에 대한 보수도 서두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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